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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Oct 06. 2020

어쨌든(?) 젊은 원장이 진료합니다.

설레발은 금물


"아휴, 여기 원장님이 아주 젊으시네."


사실 7년 전, 방배동에서 첫 한의원할 때 많이 듣던 말이다. 그때에 얼마나 늙어버렸는지, 아니면 장소가 바뀌어서인지 몰라도, 6년 전 공릉동에서 오픈한 두 번째 한의원에서부턴 이미 듣기 어려웠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기동에 오니 다시 들린다. "원장님이 젊으시네." 


물론 나는 이미 닳고 닳은 노련한 원장이니까, 능수능란하게 "원장이 젊쥬? 젊은 사람이 침두 잘 놔. 침에다 젊은 기운 팍팍 넣어 놓아 드릴게~"라고 응수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체 나를 몇 살로 보시곤 젊다고 할까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한 분께 물어보았다.


"어머님. 그래서 제가 몇 살로 보여유?"


"오십쯤 됐지? 그쯤밖에 안 되어 보여~"


............... 그쯤밖에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술 더 떠보았다.


"오십밖에 안 보여유? 아이고 감사합니다~ 젊게 봐주셔서"


"그럼 육십이여? 육십도 젊지~ 나 예전부터 다니던 한의원은 원장님이 여든여덟이셔. 그래서 침놓을 때도 너무 오래 걸려. 육십이면 아직 한창이네~"


.......................................


여든여덟 원장님에 비해 젊다는 거였다. 이것이 바로 제기동 클라쓰. 하마터면 칭찬으로 들을 뻔했다.(2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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