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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Oct 06. 2020

점심에 갈비탕 먹었습니다.

2020.7.3.

어제는 간만에 쉬었습니다. 아침부터 맥주 마시며 롤을 하고 낮잠을 잤습니다.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아주 격렬하게 하루를 낭비했습니다. 심지어 롤도 랭겜 돌려서 1승 11패 했습니다. 제 티어가 어디인가 보니 '아이언 2'더군요. 매 판마다 같은 팀에게 욕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제 글을 기다리는 한의사 원장님이 계셨습니다. 점심이라도 사 먹으러 갈 걸 그랬습니다. 이 맛에 관종질 하는 거죠.


친구가 오늘 점심을 정해줍니다. 서로서로 경쟁하듯 징징대는 친굽니다. 전에 한 원장님께 추천받은 집으로 갑니다. 지도에 표시된 곳에 왔는데, 식당이 안 보입니다.


아, 2층에 있어서 안 보이는 거였습니다.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알아서 신발장에 신발 넣고 들어갑니다. 저도 따라 들어갑니다. 홀 직원 앞에 가서 서성여 보지만 아무 말이 없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묻습니다.

저, 혼자 왔는데요. / 네. 아무 데나 앉으세요.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은 아닙니다. 손님이 아주 많지 않아서, 굳이 시스템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갈비탕 하나죠? / 네.


갈비가 딱 보기에도 많아 보입니다. 갈비 먼저 건져내 발라줍니다. 워낙 많기도 하고, 발라내기 힘든 부위가 섞여 있어 오래 걸립니다. 그 사이 상추 겉절이가 나옵니다. 갈비탕에 원래 겉절이가 나오나요?


마침내 다 발라냈습니다. 왠지 뿌듯합니다.

발라낸 고기를 다시 국에 넣습니다. 빈 접시에는 뼈를 옮겨 담습니다.

전에는 밥을 넣지 않아서 뭇 원장님들을 혼란케 했습니다. 이럴 때 달리는 '재시!'라는 댓글도 쉼터만의 드립입니다.

저는 예과 1학년 때 기록적인 학점으로 유급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군 제대 후 복학해서는 재시 한 번 없이 잘 다녔습니다. "내가 유급은 당해봤어도 재시는 안 당해봤잖아."
그러다 딱 한 번 재시를 봤습니다. 본4 부인과였나? 95%가 재시를 봤거든요. 재시는 그때 보고 이번이 두 번쨉니다.


숭고한 마음으로 밥공기를 듭니다.

삼시는 없다는 비장함으로 밥을 말아줍니다.

확실히 밥알이 들어가 있으니 훨씬 맛있습니다. 탄수화물이 주는 쾌감.


김치도 얹어 먹고

겉절이도 곁들입니다.

여기 김치나 겉절이가 맛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여긴 맛보다는 갈비탕 양으로 승부 보는 집입니다.

한참 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고기가 꽤 남아있습니다. 참 맘에 듭니다.

김치는 아예 잘라서 바로 넣었더니 국물이 붉어졌습니다.

삼시는 안 봐도 되겠죠?


갈비탕 8,000원(평일 낮 한정)

대로변 1층에 있는 함경면옥은 13,000원에 적당히 많은 갈비를 넣어줍니다. 손님이 아주 바글바글합니다.
대로변이긴 하나 2층에 있는 여기는 8,000원에 더더욱 많은 갈비를 넣어줍니다. 그에 비해 꽤 한가합니다.
장사는 역시 자리인 걸까요.

앞으로 갈비탕은 여기로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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