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엔드 Oct 06. 2020

점심에 돈가스 먹었습니다.

2020.7.1.

오늘은 한의원에 귀한 분이 오십니다. 한의원 컨설팅 업체 대표님이십니다. 뭐 드시고 싶은지 미리 여쭤봅니다.


전에 못 간 돈가스집 갈 기회입니다. 여기 데려갈 땐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만큼 맛있는 집입니다.

대표님은 점심시간 20분 전에 와서, 제가 진료하는 동안 한의원을 둘러보셨습니다. 드디어 점심시간. 오랜만에 뵙는데, 보자마자 제 한의원에 대한 분석을 해주십니다. 감사하면서 부담스럽습니다.

아니 대표님 보자마자 일 이야기를 해주시네요. 근황도 못 물었는데.
아, 예. 저는 바로 일 얘기하는 게 편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더 얘기해주세요. 잠깐만 택시 좀 잡고요.

신설동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택시 뒷좌석에서 한의원 관련 컨설팅을 듣습니다. 20여 분 동안 많이도 분석하셨습니다. 컨설팅비를 드린 것도 아닌데 벌써 이렇게 말씀해주셔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돈가스집 도착. 다행히 줄이 없습니다.

히레까스 로스가스 하나씩 주세요.

돈가스 대기하는 동안에도 조언은 이어집니다. 공짜로 들으려니 슬슬 미안합니다. 설마 대표님은 제가 이미 결제한 걸로 착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드디어 돈가스가 나왔습니다. 이 집은 메뉴가 딱 두 종륩니다. 하나는 로스가스, 하나는 히레까스. 반반 메뉴는 없습니다. 둘 다 맛보려면 둘이 와야 합니다.

아. 원장님. 제가 식도락 좋아해서 일본 여행도 많이 가고 했는데, 여기 돈가스 수준급인데요?
장난 아니죠, 대표님? 제가 정말 자신 있게 권하는 집입니다.

대표님은 아직 맛을 보지 않았습니다. 컨설팅하는 사람답게 생긴 것만 보고도 수준급임을 알아차립니다.


안심과 등심을 반씩 나누었습니다. 돈가스 맛이 언제나처럼 기막힙니다.

제가 서울에선 정돈 돈가스를 원탑으로 치거든요. 근데 거긴 늘 한 시간씩은 대기해야 해요. 그래서 먹기 힘들단 말이야. 여기는 거기만큼 맛있으면서도, 줄을 안 서요. 그래서 좋아.
그러네요. 이 정도 돈가스를 파는데, 줄을 안 서네. 이래서, 품질이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품질은 어디까지나 기본!

대표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컨설팅이 차곡차곡 배어있습니다.


안심은 부드럽고

등심은 씹는 맛이 있습니다.

안심이든 등심이든 여기 돈가스는 입에 넣는 순간 미소가 지어집니다. 행복해지는 음식입니다. 대표님도 이 맛을 음미하느라, 한의원 컨설팅이 잠시 멈췄습니다. 이때다 싶어 근황을 여쭙니다.

근데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어디 계시죠?
요즘엔 모한의원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거기 모모형 사람 진짜 좋으시죠. 형 사람 진짜 좋아.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대표님에겐 맛있는 돈가스 사 준 사람으로 기억될 겁니다.

어느새 다 먹었습니다.

역시 돈가스는 고기 맛입니다.

대표님도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이제 한의원에 돌아가서 구체적인 비용과 플랜을 물어볼 차례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로스가스 13,000원.
히레까스 15,000원.


작가의 이전글 점심에 라면에 김밥 먹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