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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Feb 28. 2019

하노이 여행기 1일 차

2017.6.1.

여행할 날을 잡고 목적지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항공권과 숙소를 예매하는 일은 성가시다. 일정을 짜고 짐을 싸는 것은 귀찮다. 새벽에 일어나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피곤하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는 비로소 설렌다. 여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곽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7년 전 이집트를 비롯해 수차례 함께 여행한 절친이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공항 박사다. 심지어 모닝캄 회원-곽의 말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일정 이상 타야 모닝캄 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일반 탑승객과는 줄이 달라 대기시간이 짧은 등의 특권이 있다고 한다-이기도 하다. 곽의 지도에 따라 환전하고, 탑승수속을 밟고, 출국심사를 받았다. 면세점에서 곽의 부원장에게 줄 면세담배를 사고 지갑과 가방 따위를 구경했다. 탑승구 근처에 앉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어 탑승했다.


대한항공이 얼마만인가. 이코노미 좌석에도 개인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놀랐다. 영화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는데 영화는 막상 보고 싶은 게 없고 게임은 너무 허접해서 AVGN이 리뷰를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였다. 이륙 후 기내식으로 곽은 오믈렛을, 나는 볶음밥을 먹었다. 오믈렛이라니. 이 친구 여행 많이 다니더니 서양사람 다 됐다. 맥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미리 넣어둔 영화를 봤다. 좀 보다 보면 핸드폰이 뜨거워져 쉬엄쉬엄 봐야 했다. 괜히 1080p로 넣었다. 중간에 한 숨 잤더니 영화가 끝나기 전에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크고 깔끔했다. 입국심사를 마친 뒤 공항 내 상점에서 환전을 하고, 심카드를 샀다. 4기가에 9달러. 싸다. 동남아 여행의 장점이다.


밖으로 나오니 글로만 보던 더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 껴안는다. 습도가 높아 가만히 그늘에만 있어도 더웠다. 심지어 바람도 따숩다. 뭐, 이것도 이 나라 정취려니. 여행 중에는 마음이 참 여유롭다.

택시 탈까 버스 탈까 하다 일부러 버스를 탔다. 택시는 앞으로 실컷 탈 테니. 버스 안에는 비상탈출용 망치가 걸려있었다. 한국에서 쓰던 버스인가 보다.

우리가 첫날 묵을 곳은 하노이 스페이스 호텔.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약간 부담스럽다. 객실이 넓고 깔끔한데 비해 숙박비가 저렴하다.(조식 포함 1박 45불) 체크인하고 밥 먹으러 나왔다. 

뉴데이. 호텔 점원이 추천해준 곳인데 구글 평점도 높았다. 5.5불짜리 세트가 꽤나 만족스러웠다. 쌀국수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미처 몰랐다.

점심 먹고 나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물론 구글맵 검색해서 평점 높은 곳으로. 장담컨대 머지않아 구글이 인류를 지배할 거다. 90분에 30만 동 (한화 만 오천 원) 주고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몽롱한 상태로 꿈과 생시를 오갔다.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마사지를 받고 나서는 우버를 이용해 숙소로 돌아왔다. 첫 이용이어서인지 숙소까지 차비가 칠천 동. (한화 삼백오십 원) 너무 저렴해서 혹시 칠만 동이 아닌가 거듭 확인해야 했다.


숙소 옆 sinh tour에서 하롱베이 투어(1박 2일 116달러)를 예약하고, 백종원이 갔었다는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구글 맵에서 한글로 백종원 쌀국수 치니 알아서 해당 음식점을 찾아, 가는 길을 알려준다. 구글이 이미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걸어서 도착한 그곳은 손님이 바글바글. 하동관 곰탕만큼 소고기 가득 들어간 쌀국수가 오만 동이다(한화 이천오백 원). 이럴 수가. 점심에 먹은 쌀국수보다 더 맛있다. 또 와야지.

쌀국수 먹고는 노천 맥주의 낭만을 기대하며 맥주 거리에 갔는데, 낭만은 없고 열대야만 있었다. 

숙소 근처의 바에서 간단히 한 잔 하고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왔다. 에어컨은 역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시원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을 이겼다. 맥주 마시며 여행기 쓰다 보니 졸리다. 하루 종일 한 거라곤 쌀국수 먹고 마사지받고 쌀국수 먹고 술 마신 게 다다. 그러나 죄책감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자야겠다.(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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