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26.
하반기 첫 해외여행. 상반기에 두 번의 여행을 갔지만 둘 다 2박 3일로 짧았다. 좀 더 여유 있게 한번 가고자 봄 여행을 함께 했던 순보의 스케줄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그렇게 정해진 4박 5일에 망도와 민호까지 합류하여 4인팟 완성.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사는 순보네 집에 미리 모였다. 삼겹살에 소주를, 오징어에 맥주를 먹고 마시며 우리는 왜 장가를 못 가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했다. 누구도 그럴싸한 답을 내지 못했다.
늦잠 걱정에 잠을 설치다 네 시 알람에 바로 일어났다. 씻지도 않고 지체 없이 나왔다. 나와 망도가 아침에 함께 출발하고, 순보와 민호는 저녁에 각자 합류하는 일정.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라운지에서 아침을 먹었다. 망도는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신기해했다. 시간이 없어 세 잔 씩만 마셨다.
탑승. 기내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보았다. 부반장이 되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부장이라는, 못 쳐줘도 부반장쯤은 되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떻게든 더 인정받고 싶어 하는 김낙수 부장의 애환이 디테일하게 그려진, 한국식 피카레스크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4화까지 단숨에 봤다.
도착. 다낭은 서울보다 두 시간 느려 오전 10시다. 수하물을 찾고 공항을 나오니 망도의 선배 훈 형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형이 준비한 차를 타고 형네 가게로 이동. 이름하야 슈퍼 마켓 레스토랑. 다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영 중인 한인마트 겸 한식당이란다. 형은 밥부터 먹으라며 쌀국수와 반쎄오를 내어주셨다. 맛이 특별하진 않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씩 주셔서 마셨다. 시원했다.
식사를 마치고도 12시. 체크인까지 시간이 떠서 바나힐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거기 케이블카 타고 높이 올라가면 자연농원 있어요. 자연농원. 에버랜드는 아니고 딱 자연농원.
훈이 형이 무심하게 말했다. 형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바나힐로. 바나힐은 입구부터 테마파크였다. 생각보단 꽤 그럴싸했다. ATM에서 돈을 뽑고 올라가 케이블카에 탔다. 케이블카가 아주 높이 오래 올라갔다. 산을 넘고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안개가 짙어졌다. 이렇게 긴 케이블카는 처음이었다.
안개가 가득한 고지에 내리니 중세 유럽의 거리가 펼쳐졌다. 산꼭대기에 이런 걸 만들어 놓다니..?!! 별 기대가 없긴 했지만, 어쨌든 기대 이상이었다. 목적 없이 닿는 대로 거리를 구경하다 수제 맥주 공장에서 맥주를 마셨다. 맛있는 생맥주 1000ml에 10만 동(5600원). 신난다.
어트랙션도 탔다. 알파인 코스트는 짧고 강렬했다. 두 개의 코스를 한 번씩 탔다. 자이로드롭을 닮은 놀이기구는 체공시간이 넉넉했다. 어디든 줄을 많이 안 서서 좋았다.
다낭의 랜드마크 골든브리지에 갈 차례. 여긴 기대를 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천혜의 절경에 인공 구조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망도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이럴 줄 알았음 면도라도 하고 올 걸.
바나힐에서 구글 지도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상세 지도가 전혀 구현되어 있지 않은 까닭. 길을 잃을 때마다 우리는 종이 지도를 펼쳤다. 해적이 된 기분. 불편함이 주는 재미를 만끽했다. 돌고 돌아 기차도 탔다가 마지막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이동 거리가 올라올 때 보다도 더 길었다. 발아래로 보이는 숲은 거칠게 울창하여 한국의 포근한 산과 달라 보였다.
시내로 돌아가기 위한 택시 탑승. 베트남 택시는 한국 택시에 비해 매우 느렸다. 시속 60킬로 제한 도로에서 45킬로로 달렸다. 우리는 답답하여
You are so slow now! We want to go faster!
라고 거듭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소 늦었지만 어쨌든 안전하게 슈퍼 마켓 레스토랑 도착. 캐리어 들고 저녁 먹으러 나왔다. 바빌론 스테이크 가든. 갈빗살 스테이크와 치즈 새우구이에 하노이 맥주인 라루맥주를 시켰다. 고기는 육즙이 적당하고 새우는 살이 실하며 맥주는 순하게 넘어가서 서로 조화로웠다.
다음은 마사지. 훈형이 추천해 준 힐링 핸즈 스파로 갔다. 2시간에 53만 동. 압이 세서 아픈 듯하다가 뒤이어 시원함이 몰려왔다. 꿈과 생시를 오갔다.
그랩을 타고 해변길을 따라 숙소로. 디 오션 에스테이츠. 복층 건물 다섯 개의 방에는 각각 화장실이 있었다. 광장 같은 거실 밖으로는 수영장과 뒤뜰이 펼쳐졌다. 너무 넓고 고급스러워 우와 우와 거듭 감탄했다. 방 하나에 짐을 풀고 씻었다.
순보 도착. 함께 족발과 김밥을 먹었다. 어제 인천에서 보고 오늘 하노이에서 보니 새삼 반갑다. 김밥과 김치가 어째서인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도 더 맛있었다. 민호에게 남겨주지 못하고 다 먹어버렸다. 족발도 맛있어서 겨우 세 조각 남겼다. 미안해 민호야. 너 오기 전에, 먹은 흔적 다 치웠어.
민호 도착. 도착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였다. 민호는 라면이 맛있다 했다. 다행이다. 드디어 다 모인 넷이서 귀한 소주 한잔 했다.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