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7.
여덟 시 반에 눈 떴다. 아홉 시가 넘도록 자는 동생들을 일일이 깨워 나왔다. 이발소에 갈 거라 씻을 필요도 없었다.
다낭 서울이발소 도착. 시간이 일러서인지 세 명만 동시에 받을 수 있단다. 넷이 다 함께 받을 수 있는 열한 시 반에 예약해 두고 밖으로 나왔다.
민호와 순보는 현금이 없었다. 인출을 위해 근처 은행을 찾았다.
그거 아무 데서나 뽑으면 수수료 나와. 우리 어제 뽑아보니 3.3% 나왔어. 수수료 안 나오는 데로 찾아보는 게 어때?
에이 뭘 찾아가 그냥 가까운 데서 뽑아요. 수수료 그거 얼마나 한다고.
순보는 부자다. 푼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가까운 ATM에 가서 출금했다. 수수료가 얼마나 나오나 봤더니.. 500만 동 뽑는데 무려 22만 동. 4.4%의 수수료에 순보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야 너 수수료 상관없다며 ㅋㅋㅋㅋㅋ
아 형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지..
쌀국수 먹고 싶다는 민호 말에 가장 리뷰가 많은 식당을 골랐다. 코바쌀국수. 공교롭게도 서울이발소 바로 옆이었다. 갈비쌀국수, 소고기쌀국수, 해물쌀국수, 반쎄오를 시켰다. 갈비쌀국수에는 커다란 갈비대가 두 개 들어가 있었다. 소고기와 해물쌀국수도 건더기가 실했다. 내가 먹은 해물쌀국수는 국물 맛이 깊었다. 반쎄오는 바삭하여 씹는 식감이 좋았다. 야채와 고기, 새우가 적당한 비율로 입에 들어왔다. 아 이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구나. 어제 먹었던 쌀국수, 반쎄오와는 전혀 달랐다. 역시 같은 메뉴를 먹더라도 제 돈 주고 맛있는 곳에서 먹어야 한다.
시간이 되어 다시 이발소로. 그 사이 이미 수많은 한국손님들이 대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비싼 골드 코스를 선택했다. 한방족욕 - 면도 - 얼굴(스톤) 마사지 - 타이거 밤 - 허벌 테라피 - 마사지(목, 어깨) - 진주 마스크팩 - 귀내시경 - 귀청소 - 스킨케어 스팀마사지 - 손발톱 손질 - 강력한 등마사지 - 태국식 스트레칭 - 얼굴 피지제거(남성) - cool샴푸 - 드라이로 이어지는 코스. 100분간 그야말로 무릉도원이었다. 하나하나가 다 좋았지만 특히 가장 좋은 건 귀청소. 짧은 귀 솜털을 섬세하게 면도해 주더니 고막에 닿기 직전까지 귀이개를 넣어 아슬아슬하게 간지러 주었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귀지가 나왔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킥. 네 명 모두 이구동성으로 귀청소를 찬양했다.
돈을 더 뽑아야 했다. 어쩌면 수수료 없는 ATM이 있을 거란 생각에 검색을 해보니, VPbank에서 인출하면 수수료가 없다고 나온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가 인출해 보니 정말 수수료가 없다. 신한 솔 트래블 카드 짱이다.
우리의 거점인 훈이 형네 슈퍼마켓레스토랑으로 갔다. 형과 인사하고 맥주 한잔씩 했다. 돈도 안 내고 냉장고에서 마음껏 꺼내먹는 게 어느덧 익숙해졌다. 형이 있으니 너무 편하다. 그저 망도가 아는 사람 한 명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아는 사람이 다낭에서 여행사도 하고 마트도 하고 식당도 하고 있는 현지 여행 전문가였다니. 이럴 줄 알았음 올 때 보약이라도 좀 가져와 선물해 드릴걸.
해변을 보러 갔다. 다낭의 미케 비치. 파도가 거칠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다는 아니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닷물에 발목을 담그려다가 갑작스러운 큰 파도에 바지를 적셨다. 다시 와볼 해변은 아니었다.
저녁은 해산물. 구글 리뷰가 너무 좋은 다낭 목 해산물 식당이 놀랍도록 가까이에 있었다. 다금바리, 크라이피시, 새우, 맛조개, 가리비, 굴 같은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닥치는 대로 시켰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버터갈릭 새우. 새우야 늘 먹던 거지만 소스가 남달랐다. 버터와 마늘을 합해서 이런 맛을 내다니. 공심채 맛조개 볶음 같은 다소 생소한 메뉴도 한국인의 입맛에 찰떡같이 들어맞았다. 칠리소스도 늘 먹어오던 칠리소스의 맛이 아니었다. 모든 맛이 새로우면서도 이질감이 없어 놀라웠다. 그렇게 먹고도 414만동(인당 6만 원 꼴)으로 가성비까지 좋아 모두 대만족 했다.
다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먹고 마시고 마사지받고. 동남아 여행은 즐겁다. 오드리 마사지가 가까웠다. 카운터 직원이 한국어를, 여태 본 현지인 중에 가장 잘했다. 벽에는 오드리 햅번 사진이 붙어있고 인테리어가 깔끔했다. 그래서인지 어제 받았던 마사지샵보다 두 배쯤 비쌌다.
그래도 그냥 받았다. 막상 받아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매 손길마다 아프기 직전의 압력으로 최대한의 시원함을 정확한 위치에 전달해 주었다. 이들도 근육학이나 경혈학을 배우는 걸까.
다시 슈퍼마켓레스토랑에 모여 술을 마셨다. 주꾸미 볶음, 매운 갈비찜, 불닭볶음면. 솔직히 훈 형네 음식은 맛은 좀.. 숙소로 옮겨 또 마시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