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8.
눈 떠서 맥주부터 마셨다. 망도와 민호가 일어나, 같이 너구리를 끓여 먹었다. 더 늦게 일어난 순보는 신라면컵을 먹었다. 먹고 다시 숙소에서 각자 잠들었다. 아무래도 방이 멀찍이 제각각이니 좀 더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11시가 되도록 민호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왔다. 먼저 환전을 위해 시내로. 수수료가 없는 곳을 찾다가, 우리는 아싸리 신한은행에 가보기로 했다.
시내 중심이니 뭐가 더 있지 않겠어? 가는 김에 같은 건물에 있는 롯데마트도 가보고.
그런데 신한은행 근처엔 아무것도 없었다. 롯데마트도 10분 정도 거리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찾아갈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다시 이동했다.
보 스테이크. 로컬 스테이크 맛집. 관광지를 벗어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20분 웨이팅이 걸린다기에 근처 카페로 갔다. 카페인. 시그니처인 소금 커피를 시켰는데.. 어우 너무 달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젊어서 당뇨 걱정이 없나. 물 좀 타서 억지로 마시고 식당으로 돌아갔다.
손님이 많았다. 한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온 듯 가이드 목소리가 들렸다. 제 아무리 로컬이래도, 다낭에서 한국인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드물다. 기본 스테이크, 골드 스테이크를 시키고 와인도 한 병 시켰다. 여기도 맛이 기가 막혔다. 스테이크는 먹어본 그 맛이었지만 소스가 또 남달랐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더니, 소스야말로 맛의 핵심인가. 골드 스테이크엔 공진단에 씌우는 그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이렇게 고급질 수가. 다 먹고 부족해 등갈비를 또 시켰다. 역시 소스가 맛있었다.
늦게 일어난 민호와 슈퍼마켓레스토랑에서 집결. 훈 형을 만나 듣는 다낭 이야기는 하나같이 재미는 있는데, 여행기에 적기엔 썩 부적절한 내용들이다. 아쉽다. 잠시 형 이야기를 듣다가 나왔다.
다음은 마블 마운틴. 다낭에서 관광지 순위로는 바나힐 다음으로 2등이다. 한자로는 오행산. 다섯 개의 이어진 대리석 산을 목화토금수 오행에 배속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잘 정비해 놓았다. 산 여기저기 틈새에 계곡애 동굴에 절이 굽이굽이 지어져 있는 게, 솔직히 세상 이곳저곳 돌아본 40대 아재에게 뭐 엄청 신기하진 않았다. 과제하듯이 보고 내려왔다.
내려오니 출출했다. 점심을 못 먹은 민호는 특히 출출해했다. 아침에 봐둔 근처 쌀국수집에 갔다. 훙 86.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졌지만, 아직은 로컬이라 할 수 있는 쌀국수집. 쌀국수 55,000동(3천 원)에, 그에 비하면 매우 감동적인 퀄리티였다. 고추를 잘라 넣으니 칼칼하기까지 해서 해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게 로컬의 맛이지.
오늘의 마사지를 아직 못 받았다. 나와 순보는 전신마사지를, 민호와 망도는 발 각질제거를 받고자 하여 목적지가 나뉘었다. 순보와 함께 훈 형이 추천해 주었던 힐링 핸드 스파에 다시 갔다. 아로마 마사지 2시간 550,000만 동(3만 원).
…? 아니 2시간이 벌써 지났다고..?
형은 잠들었으니까…
순보 옆에서 내가 코를 골았나 보다. 마사지받다 잠들면 잘하는 마사지다. 힐링 핸즈 스파 잘한다.
순보가 저녁 먹고 들어가자 하여 근처 고깃집에 갔다. 삼원가든. 생갈비를 시켰는데 LA갈비가 나왔다. 어차피 LA갈비도 좋아하기에 우린 컴플레인하지 않았다. 소주도 한 잔 했다. 한식당인데 베트남 손님이 더 많았다. 고기 굽는 직원이 뼈에 붙어있는 살까지 전부 꼼꼼히 발라주어 먹기 편했다.
취했다. 그랩을 타고 숙소로. 민호와 망도도 이미 취해 있었다. 함께 마셨다. 웃음이 많아질 무렵 훈 형도 우리 숙소로 왔다. 형 하고도 함께 마시며 비로소 말을 놓을 만큼 친해졌다. 다낭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