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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Feb 28. 2019

하노이 여행기 3일 차

2017.6.3.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얼떨결에 한국어로 네~~ 했더니 브랙퍼스트 타임이란다. 아침 일곱 시. 메뉴는 토스트였다. 군대리아처럼 버터, 치즈, 딸기잼, 계란후라이를 모두 한 번에 넣어 먹었다. 외국 친구들이 신기해했다.

밥 먹고 씻었다. 어차피 씻고 한 5분 지나면 다시 씻기 전처럼 땀이 나는데 왜 이렇게 자주 씻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암튼 씻었다. 오늘 일정은 카약. 2인승이라 곽과 타기 딱 좋았다. 오로지 힘만으로 배를 움직임에서 오는 재미는 밭에서 힘씀이 숙명이던 남자의 후손에게 본능적으로 와 닿아서 아마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노질만 했어도 충분히 재미있어했을 터인데, 약간의 노질을 통해 도달한 곳에 뭍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경치가 펼쳐지니 황홀할 따름이었다. 소동파가 뱃놀이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선조들 따라 풍류를 즐기고 싶었으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풍류 대신 셀카나 찍다 돌아왔다.

이렇게 하롱베이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잠시 루프탑에서 노닥거렸더니 점심 콜이 왔다. 오전 10시에 점심을 먹었다. 닭고기, 오징어, 생선 등이 나왔고 물론 맛있었다. 항구에서 하선하여 버스 타기까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너무 더웠다.

이번에도 네 시간 반 동안 책 읽다 졸다 하니 하노이에 도착했다. 캐나다 친구들, 프랑스 행님을 보내며 작게나마 석별의 정을 느꼈다. 사람은 참 정이 쉽게 든다. 그렇지만 또 금방 잊겠지. 오늘부터 묵을 곳은 힐튼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호텔. 호텔 앞은 도로가 널찍하고 사람이 적은 것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근데 버스에서 내려보니 날씨 무더운 건 똑같았다.

호텔은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그런데도 숙박비는 1일 130불. 한국에서 이런 호텔에 묵으려면 얼마나 들까. 베트남 와서 별 호사를 다 누린다. 체크인하고, 샤워하고 내려와 호텔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 물은 깨끗했으나 온천만큼 따뜻했다. 야외 수영장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나라는 정말 덥다. 날씨 확인해 보니 체감온도 47도다. 미쳤다.

한 15분간 수영하는 시늉을 하고 다시 숙소에서 씻고 나왔다. 저녁을 먹어야지. 덥더라도 오늘은 맥주 거리를 가보기로 했다. 맥주 거리 근처를 거닐다가, beer31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종업원들이 이쁜 까닭이다. 조개탕과 해물볶음밥, 치킨과 오징어튀김을 시켰다. 맥주를 시킬 적에는 타이거 맥주 원피스 입은 종업원이 오면 타이거 맥주를 시키고, 투보그 맥주 원피스 입은 종업원이 오면 투보그 맥주를 시켰다. 둘이 같이 오면 사이좋게 하나씩 시켰다. 두 아재 외국인이 맥주를 연거푸 시키는 동안 한쪽 구석에서는 얼굴 네모난 남자 사장이 웃고 있었다. 좋은 경영 방침이었다.

맥주를 마시고 야시장을 구경했다. 곽은 벨트를 샀는데, 가죽 벨트가 십오만 동(한화 7500원)이었다. 야시장을 지나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엊그제 갔던 곳이다. 팔자 정말 좋다. 노곤하게 마사지받고 숙소로 돌아오니 열한 시 반.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20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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