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30.
어느덧 마지막 날. 언제나처럼 맥주를 마시며 라면을 끓였다. 씻고 짐 싸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의 아지트 슈퍼마켓레스토랑 도착. 오늘은 훈이 형네 주방장이 장가가는 날이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
어? 형 그럼 내일 우리도 그 결혼식 가도 돼요?
당연히 되지. 같이 가자!
마침 뚜렷한 일정이 없던 우리는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슈퍼마켓레스토랑으로 온 것. 그래 이게 여행이지.
형네 리무진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이동. 대도시의 현대 결혼식장은 생각보다 으리으리해서 그냥 한국 같았다. 밖에 서있는 혼주들 나이가 대략 우리 또래정도 되어 보였다. 신랑 나이가 스물 셋이니 그럴 수 있다.
소정의 축의금을 내고 자리에 앉았다. 식이 곧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축하공연 군무가 이어졌다. 신랑 신부의 알콩달콩 동영상이 프로젝터로 상영된 다음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가 다함께 입장했다. 단상에서 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객들은 식사를 했다. 외국인 입맛에 맞춰지지 않은, 전통 베트남 음식들이 하나씩 코스로 나왔다. 의외로 입에 거슬리지 않았다.
축가 타임. 우리 보고 축가를 해도 된다며 권하길래 당연히 마다하지 않았다. 망도와 상의한 바,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된 한국곡 중에서, 그렇게 부르기 어렵지 않은 안재욱의 forever를 듀엣으로 불렀다. 가사를 다 외우지 못했지만 어차피 틀려도 아무도 모르니 마음껏 불렀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씬짜오를, 다 부르고 나서 씬깜언을 외쳤다. 베트남 말 딱 두 개 아는 걸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며 하객들과 눈을 마주쳤다. 모두들 웃어주었다.
베트남 예식은 길다. 피로연이 계속 이어졌다. 7080라이브바 처럼 하객들이 계속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신랑도 불렀다. 꽤 잘 불렀다. 여기저기서 못 하이 밧 요, 하이 밧 요, 하이 밧 오(베트남식 건배사) 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흥겨웠다.
예식을 마치고 나와서는 기념품을 사기 위해 한시장으로 갔다. 한국 사람이 무척 많았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오래된 시장 느낌이 났다. 둘러본다고 올라갔다가 옷 가격에 혹했다.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상표가 붙은 바람막이가 40만동(23,000원). 살까 말까 고민하다 안 샀다. 어차피 한국 춥다.
아래층에는 식료품이 많았다. 기념품으로 마카다미아를 골랐다. 첫번째 샵에선 한 봉당 15만동이라기에 바로 지나쳤다. 다음으로 들린 샵에서 한 봉당 10만동에 팔길래, 우리는 20봉을 살테니 160만동에 해달라 했다. 처음엔 안된다고 하다가도 우리가 다른데 갈 듯이 등을 돌리면 그 때마다 다시 우리 손을 붙잡고는 조금씩 조금씩 깎아주었다. 결국 20봉 160만동에 구매. 정찰제가 기본인 한국에서는 잊고 살던 가격 흥정이 피곤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한시장의 마사지숍은 비쌌다. 기왕 비쌀 바엔 그냥 슈퍼마켓레스토랑 근처 오드리마사지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들린 오드리마사지. 알고보니 재방문시에는 가격표에서 무려 50프로 할인이 된단다. 적정가를 모르는 사람에겐 많이 받고, 아는 사람에게는 적당히 받는 시스템. 나는 4핸즈 마사지를 선택했다. 두 명에게 동시에 마사지를 받는 건 2016년 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때 받았던 이후로 처음이었다.
4핸즈 마사지는 옳았다. 숙련된 안마사 둘이 위 아래를, 때론 양 옆을 동시에 주물렀다. 기쁨 두 배. 이럴 줄 알았음 무조건 4핸즈로만 받을 걸. 나는 마사지의 쾌감을 만끽하고자 최대한 근육의 촉감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자꾸 잠이 밀려와 쉽지 않았다.
슈퍼마켓레스토랑은 오늘 휴무였다. 훈이 형은 아예 문을 닫고 직원들과 우리들과 함께 놀 작정이었다. 출력 좋은 앰프가 와 있었다. 베트남엔 배달 안되는 게 없다. 우리는 안주와 술을 먹고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다낭 너무 좋다.
밤이 되었다. 형이 불러준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탑승 전 배가 고파 신라국수라는 곳에 갔다. 잔치국수, 우동, 김밥, 소주 각각 1만불.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대안이 없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비행기 탑승. 취해서 바로 잤다. 오전 5시. 인천 도착. 이대로 안 자고 출근해야 한다. 참 알차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