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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Mar 01. 2019

하노이 여행기 5일 차

2017.6.5.

눈을 뜨고 핸드폰을 켰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카톡 단톡방에 들어가 숫자를 지우고, 갠톡엔 답톡을 했다. 월요 웹툰을 보았다. 여중생 A가 완결되었다. 명작이다. 하스스톤에 접속해 해적전사덱을 돌려 일일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러는 사이 곽도 깨어 있었다. 그렇게 각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가 어느 순간 더 지체 말고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수영부터.


곽과 함께 고오급 호텔에 묵기 전엔 몰랐는데, 호텔 수영장을 사용함은 호텔 숙박 시 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온전히 누린다는 걸 의미했다. 다른 말로 하면 뽕 뽑는 거. 우리는 호텔 숙박비를 뽕 뽑기 위해 오늘 아침도 열심히 수영장에 갔다. 물론 수영을 열심히 하진 않았다.

아침은 반미로 정했다. 반미25로 가기 위해 호텔 로비에서 우버를 부르려 했는데, 갑자기 되질 않는다. 왜인지 우버 로그인도 안되고 인증도 안되어 답답해하다가, 우버 대신 그랩을 깔았다. 우버 좀 써보니 우버 없이는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랩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랩으로 부른 차가 금세 왔다.


반미25에서 반미와 맥주를 시켰다. 한국 손님이 많은지, 종업원이 먼저 "고수 빼고?" 라 물어보았다. 고수를 특별히 싫어하진 않지만 한 번 빼고 주문해 보았다. 가격(한화로 1250원)의 저렴함을 감안할 필요 없이 충분히 좋은 맛이었다.

반미를 먹고는 어제 마신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어제 마신 맥주집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중간에 한 가게에서 베트남 모자도 샀다. 마사지는 어제 갔던 발마사지집 말고 첫날과 엊그제 갔던 오마모리 스파 가서 전신으로 받았다. 맹인 안마사가 정성을 다해 주물러 주는데 가격은 더 저렴한 곳이다. 자주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사지를 받으며 술이 깨고 배가 고파졌으니 다시 술을 마실 차례다. 어제 마셨던 맥주집에 와서 맥주와 족발을 시켰다. 야들야들한 돼지고기와 크림소스가 잘 어울린다. 먹고, 취하고, 마사지받고, 그러다 졸고, 다시 먹고, 취하고. 여기서 우리가 하는 고민이라고는 뭐 먹을까. 어디 마사지받을까 뿐.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나? 괜한 죄책감이 순간 들었으나 이내 떨쳐냈다. 그간 열심히 살았으니까 며칠쯤 이래도 되지. 다시 맥주를 마시며 발마사지를 받을지, 전신 마사지를 받을지 고민하다 문득 내일 귀국이니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날이란 걸 떠올렸다. 

그 무엇보다도 시간이 절실하다. 어쩌면 인생도 마찬가지리.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둘이 취할 만큼 마셨더니 한화로 사만 육천 원 정도가 나왔다. 맥주 한잔 이삼천 원 하는 곳에서, 많이도 마셨다.


잠시 호텔에 들렀다가 다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이번엔 오마모리 스파 말고 다른 곳으로 가보 자하여 미도 스파로 갔다. 오마모리 못지않게 마사지를 잘하긴 했는데, 가격이 배 이상이었다. 역시 오마모리가 최고다. 무조건 오마모리다. 하노이는 오마모리. 잊지 말자 오마모리 기억하자 오마모리.

콩 카페 와서 꼭 먹어보라는 코코넛 스무디 시켰다. 백종원 커피 못지않게 달달한 게 맛있었다. 맛있지만 너무 달아서 한 잔씩만 마셨다.

쓰다 보니 어제와 너무 똑같다. 코코넛 스무디 마시고 나서 무얼 했겠는가? 당연히 마사지를 받았다. 전날과 거의 겹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 보니,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긴 되었나 보다. 마사지받고 무얼 했겠는가? 숙소에 돌아와 빈민 재즈클럽 갔다. 어제의 반복이다. 물론 반복해도 좋으니 반복한 거지만.

눈 감았다 뜨면 벌써 귀국일이다. 감기 싫은 눈이 의지와 무관하게 감긴다.(20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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