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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Jul 03. 2019

취미로 연극하는 이야기

공연 홍보는 이렇게 해야죠.

취미로 연극을 한다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오, 연극하세요? 그럼 출연료는 얼마나 받아요?”
전 이렇게 대답하죠.
“아뇨, 취미라서 돈 내면서 해요. 연습실과 극장 빌리는 데에 돈이 들거든요. 매달 수만 원의 극단 회비를 내고, 공연할 땐 십수만 원의 배우비를 냅니다.”  

연극. 가만 생각해보면 참 몹쓸 취미입니다. 일단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요. 공연 준비하는 동안엔 거의 모든 여가시간을 반납하다시피 해야 합니다.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못 만나요. 아, 애인은 꼭 시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시간뿐인가요? 돈도 만만찮게 듭니다. 극단 회비에 배우비는 말할 것도 없고, 연습하다 보면 소품 마련하랴 간식 쏘랴 밤늦게 택시 타랴 이래저래 돈 들어갈 일 태산입니다. 감정 소모도 상당합니다. 배역에 과몰입해서 생기는 감정 소모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 실력은 없거든요. “왜 연기를 그렇게 해?”, “그거, 어떤 의도로 한 건지는 알겠는데, 재미없어.”, “아니, 그러니까. 그거 하지 말라고.” 연극 연습하며 많이 듣는 말들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감정이 소모됩니다. 그런 날은 대개 술을 마시고 늦게 잠드니, 건강도 다소 해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몹쓸 취미를 기어코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별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극단을 이룹니다. 그리고 여러 극단에서 좀 한다 싶은 사람들을 모아 2년에 한 번 연합공연을 올립니다. 그게 바로 이번 주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그 공연의 홍보가 목적입니다.


작품 이름부터 말해야죠.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한 여름밤의 꿈>입니다. 수없이 들어본 이름인데,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셨죠? 부끄러워 마세요. 저도 그랬습니다. 참고로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퇴장 시 많이 울려 퍼지는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이 애초에 <한 여름밤의 꿈> 공연의 삽입곡으로 만들어졌답니다. 모르셨죠? 괜찮습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연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배우들은 다 아마추어지만, 연출은 요즘 연극계에서 아주 핫하신 분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바로 문삼화 연출님. 연극에서 연출의 역할은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 이상입니다. 비유하자면 조기축구회 연합팀에 히딩크 감독을 모셔온 셈이죠. 하, 어떤 공연이 나올지 벌써 기대되지 않습니까?


배우는 뭐 유명한 배우가 없습니다. 당연하죠. 아마추언데. 근데 여러분이 아는 사람이 한 명은 나옵니다. 바로 접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홍보하고 있죠. 참고로 아는 사람이 무대에 나오면 더 재밌습니다. 진짭니다.


저희는 두 달 반 연습해서 딱 이틀 공연합니다. 긴 연습과 짧은 공연은 어쩜 매미를 연상케 합니다. 수년간 땅속에 파묻혀 살다가 딱 한 달 날고 죽는 매미. 한 달간 나무 위에서 실컷 우는 매미처럼, 이틀간 무대 위에서 실컷 연기하겠습니다.


이번 공연은 유료 공연입니다. 관람료는 전석 만원입니다. 배우에게는 티켓비를 내고 멀리서 공연 보러 와 주는 것만 한 선물이 없습니다. 그러니 별도의 선물은 사 오지 마시고, 관객으로 당신을 선물하세요. 댓글, 페메, 카톡 등으로 예약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전국 직장인 연극단체 협의회 제 11회 연합공연 
<한 여름밤의 꿈>
일시 : 2019년 1월 12일(토), 13일(일). 오후 3시, 6시.
장소 :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260 명륜프라자 지하)

(20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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