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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Sep 03. 2019

허브에세이 - 루이보스

가끔은 모르는 것도 공부해서 알려드립니다.

“원장님,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대표님.” “유방 섬유선종 있는 사람이 루이보스차 마셔도 될까요?” “흔히 마시는 차인데 별 문제 있겠어요?” “이 분이 석류도 에스트로겐 많다고 안 드시거든요.” “깐깐한 분이시네. 그럼 좀 알아볼게요, 루이보스가 뭔지.”


한의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질문자가 성가신 사람이라면 “글쎄, 루이보스는 저도 안 배워서 몰라요” 하고 넘어가겠지만, 이 대표님께는 받은 게 많아서 그럴 수가 없다. 질문을 기회 삼아 공부해보았다.


루이보스는 아프리칸스어로 ‘붉은(rooi) 덤불(bos)’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칸스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로 쓰는 언어다. 루이보스는 지구상 딱 한 곳에서만 서식하는데, 남아공의 세더버그 산악지대가 그곳이다. 토착민들은 오래전부터 루이보스의 잎과 줄기를 잘라 발효, 건조시켜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셨다. 무역에 밝았던 유럽 이주민들이 이를 발견하고 상품화해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음용하고 있다.


루이보스는 동양의 의서에 나오지 않는다. 아래는 현대의 연구를 통해 밝혀낸 성분 및 효능들이다.


먼저, 루이보스는 항산화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철이 오래되면 산화돼 녹슬듯이 우리 몸의 세포도 세월에 따라 산화되어 늙는다. 이 산화를 막는 것이 바로 항산화물질(抗酸化物質)이다. 항산화물질은 노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발암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루이보스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낮춰서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암 발생 위험을 낮추기도 하며,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 당뇨에 좋다.


루이보스의 진정한 가치는 ‘무(無)’에 있다. 홍차나 녹차에 들어 있는 성분이 루이보스에는 없거나 극히 적어서, 그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다. 먼저 루이보스에는 카페인이 없다. 카페인은 각성효과로 사랑받는 물질이지만 지나치면 두근거림, 불안, 두통과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차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으로, 해독작용이 있지만 철분 흡수를 막기도 하는 탄닌 역시 루이보스에는 거의 없다. 신장결석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옥살산 또한 차에는 들어 있지만, 루이보스에는 들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루이보스는 안전하다. 루이보스가 ‘임산부 차’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홍차는 영어로 ‘black tea’이며, 영어로 ‘red tea’는 루이보스차를 의미한다. 루이보스를 직접 우려보니 색과 향이 홍차에 견줄 만하다. 마셔보니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다. 루이보스로 만든 밀크티를 마셔보았다. 맛이 홍차로 만든 밀크티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맞다, 대표님 질문. 답해드립니다. “루이보스차의 특정 성분이 에스트로겐 생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매우 미미한 정도이며, 하루 한두 차례 차로 마시는 정도라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아는 한의사가 이야기했다고 말씀드리세요.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5201117051&cod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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