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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Sep 06. 2019

핸드폰 분실했던 이야기.

선행을 전파합니다.

며칠 전. 내 친구 연배는 지갑을 주웠다. 지갑 안에는 7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연배는 그걸 고스란히 경찰서에 가져다주었다. 그 사실을 친구들 단톡방에 말해줘서 알았다.

“시골 사시는 할아버지 같은데, 잃어버려서 마음 아프실까봐 ㅋㅋㅋ” ㅋ 세 개. 연배는 쑥스러워 보였다.


다음날. 지갑 주인 따님께 연락이 왔다. 이사비용이었는데 잘 찾게 되어 다행이라는 이야기. 사례금 준다는 것 다 거절했단다. 

“케잌이라도 보내주신다길래 그건 감사히 받겠다 함 ㅋㅋㅋㅋㅋㅋ” ㅋ 여섯 개. 연배는 먹는 걸 좋아한다.
“실은 예전에 대만에서 지갑 잃어버린 게 생각나더라고. 그때 지갑에 50 정도 있었는데 멘탈이 탈탈 털림 ㅋㅋㅋ” ㅋ 세 개. 연배는 씁쓸해 보였다.


동일한 이유로 지갑을 꿀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연배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연배의 선행에 찬사를 보냈다. 그랬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택시에 두고 내린 것 같다. 숙부님께 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 보았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보니 장위지구대 근처로 나온다. 지구대에 전화 걸어 확인해 보았다. 내 폰이 습득물로 접수되어 그곳에 있었다. 안전하게. 연배의 선행이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왔다.


“지구대 가면 접수하신 분 연락처 있을 거야. 그 번호 받아서 사례해. 카톡으로 선물이라도 보내 드려 ㅋㅋㅋㅋ 나 저번에 지갑 찾아드리고 향수 선물 받음 ㅋㅋㅋㅋㅋ” ㅋ 네 개, 다섯 개. 연배는 기뻐 보였다.

지구대에 가서 폰을 찾았다. 사례할 마음으로 접수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번호를 잘못 적으신 것 같아요.” 담당 경찰관이 말했다. 자동차 번호로도 조회해 보았지만 조회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돌아오는 길. 내가 사례를 못했음을 이야기하니, 석현이가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선행을 전파” 하란다.


그래서 이렇게 쓴다. 나는 꽤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갑을 되돌려주는 친구, 핸드폰을 되돌려주는 기사님, 선행을 전파하라는 친구와 함께. 2019년, 서울에서.


(추가)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T머니택시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해당 기사님의 연락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연락처를 받아 통화를 하고 선물을 드렸다. 연배가 먹고 싶어 했던 '케잌'으로. 기사님께서 소중한 분들과 나눠 드셨으면 좋겠다. 핸드폰 찾아준 얘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며.

(20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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