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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Apr 13. 2016

Hello, Adele.

그 날의 빗소리같던 그녀의 목소리

Adele. 아델, 잘은 몰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지 않을까.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되는 <Rolling in the Deep>은 어디서든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었을 정도로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든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한번씩 부를 정도로 가창력을 요하는 그 노래. 그래서 심사위원에게는 더 듣고 싶진 않을.


런던을 비롯해 영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아델의 콘서트는 예매가 시작되는 날에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트래픽이 몰렸고, 나도 런던 티켓이든 다른 지역 티켓이든 예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와중에 공연이 다가오던 3월 중순께, 길가에서 매주 무료로 나누어주는 잡지에서 다시 만난 아델의 공연 소식. 그래도 가긴 가야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버밍엄 공연 중 주중 공연은 가능하겠다 싶어 찾아보던 날 공교롭게도 티켓 구매가 가능했다. 런던 티켓을 엄청난 프리미엄을 주고 2차 판매처에서 안 좋은 자리를 구하는 건 용납이 안 되었었던 지라, 가장 좋은 구역 티켓을 (비싸도) 공식예매처를 통해 구매했다. 영국 사람들이든, 한국 사람들이든, 어느 나라 친구들이든 아델 콘서트에 간다고 하니 열이면 열.

I'm so jealous of you!

3월 29일 화요일, 그 날, 그녀의 콘서트는 버밍엄 겐팅 아레나에서 개최되었다.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비가 꽤 많이 왔다. 영국에선 늘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이 날은 왠일인지 조금 더 많이 내렸다. 공연장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던 지라 그 비오는 허허벌판 가운데에 있는 아레나로 들어가니 엄청난 규모의 아레나에는 공연 전에 미리 도착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그녀의 노래를 향응하는 층은 생각보다도 훨씬 넓었다.



서서히 아레나 내부는 꽉 차들어갔고, 매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 넓은 공연장은 사람 머리 수로 빽빽히 채워졌다. 그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동안, 스크린에 비친 아델의 눈은 여전히 감겨진 채 공연이 시작될 시간을 기다렸다.


공연이 시작되자,
그녀의 눈이 서서히 깜빡인다.



엄청난 함성으로 시작된 <Hello>였다.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 모든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환호했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운 그녀의 목소리는 포효하듯 울려퍼졌다.


무대 장치며, 위치, 영상이나 효과 등의 연출력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후에 이 투어가 끝나면 마음껏 이야기하는 게 나을 듯 한 그녀의 무대는 훌륭했다. 다른 것보다도 그 큰 무대에서 작은 무대를 상상하게 해주는 아델의 친근한 이야기거리와 눈이 마주치거나 큰 소리로 '사랑해요', '오늘 생일이예요'라고 외친 사람들 모두에게  '나도', '나와 봐, 같이 사진찍자. SNS에 지금 올려'라는 둥 하나 하나 반응하다 못해 아는 사람 공연이라도 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녀의 뻔뻔한 팬 서비스가 드넓은 공연장 내에서의 그녀와 나의 거리를 확 좁혀줬다는 느낌은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었으리라.


Light for Brussel


특히 마지막에 하늘 위로 눈처럼 흩날리는 종이 안에 깨알같이 적혀 있던 아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있을 노래 가사 일부와 '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메시지가 하늘로 쏘아져 천장을 가득 메웠을 때 그 목소리가, 그 이야기가 그 공간 전체를 채워주었다. 난 각각의 종이에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을지가 궁금해 하나 둘씩 집어들어 읽었다. 그리고 나니 드는 생각은, 그 내용이 단순한 노래 가사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그 이미지와 메세지에 얻어맞고 가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꽤 성공적이었다.




아델의 투어는 영국에서 이제 글라스톤베리페스티벌만 남은 셈인데, 가능하다면 한 번 더 봐도 좋지 않을까. 아직까진 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또 다른 공간에서 그녀가 줄 새로운 경험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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