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제와 오늘이 만나 지금에 이른다.
터키 친구의 정성을 다해 준비한 식사자리를 한껏 만끽하며 참으로 다르게도 동시대를 사는 우리는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다가 오른쪽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다.
나도 기도 전에 몸을 씻는 그 곳에서 내 정수리와 뒷목을 정화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목구멍까지 차오른 배부름을 안고 27분 후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기 싫어 다른 정류장으로 8분 정도 걸었다.
189번 버스를 탔다.
근데 왜 아까 27분 남았던 뒷 버스가 1분 차이로 바로 온다는 거지, 벌써 26분이 흐른 게 아닌데.
걸어오다보니 8년 전 머무르던 그 곳이다. 7명의 사람들과 한 집을, 1명의 사람과 방을 공유하던.
그 때의 그 아비로드.
이렇게 좁았나 싶은데,
큰 2층 버스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길이 좁다.
그 집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구불구불 지나는 길을 따라 가는 길에 엄마 생각이 난다, 누군가의 글 때문이리라.
이기지 못하는 피곤함을 탓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속상하다.
과거의 길을 지나는 길을 나와야만 지금의 집에 도달할 수 있다.
붉은 건물들 사이로 지나가는 외국인이 전화로 '그러게'라고 말하는 걸 들은 것 같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글투가 맘에 들지 않는다.
난 언젠가 그대에게 받았던 글을 흉내내고 있다.
감정의 숲을 지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꽤 멀게도 비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