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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Nov 28. 2015

글라스톤베리페스티벌 2014, 그 두 번째.

씻기에 대한 단상,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이.

캠핑을 해야 하는 페스티벌에서는 '씻기'에 대한 무용담이 넘쳐난다.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물티슈로 닦거나 며칠 안 씻는다는 이야기부터, 씻기 정말 어렵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곧 죽어도 씻어야겠다는 것보다도 생각보다 떡하니, 샤워실의 위치가 맵에 기재되어 있는 게 아닌가. 페스티벌 사이트 내에서도 유명한 철제로 세워진 재래식 화장실도 비위가 약한 건 아니어서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씻고는 싶었다.....

생각보다 샤워실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샤워실 사용시간은 따로 있었지만 그저 씻을 수 있는 환경이면 충분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씻기는 어머니들도 심심찮게 보였고, 한 두명의 한국인도 본 듯 했다. 시설은 보통 야외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있는 샤워실처럼 되어 있었고, 불편한 점도 없어서 '그럼 왜 안 씻는 게 보편적인가'의 의문만 한 가득이었다. 그것도 뭔가 다른 공간에서 일탈하고픈 욕구를 해소하는 방식이겠거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거니 굳이 파헤치진 않기로 한다.

지저분한 이야기여도,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으니 좀 더 하도록 하자. 페스티벌에서 화장실이란 술이 있고 음식이 있고 숙박을 캠핑으로 하는 곳이므로 필수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어느 페스티벌이건 '그 곳이 얼마나 불편'했는가에 대한 척도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거나, 너무 관리가 안 되어 있었다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초록색 철제 문으로 세워진 곳 혹은 페인팅이 된 문을 가진 화장실 모두, 재래식 화장실에 변기를 올려둔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화장실은 'She-pee'었다. 이름마저 원색적인 이 곳은, 다분히 페미니즘이었는데 남자처럼 여자도 서서 일을 볼 수 있는(...이상하다. 그렇다.) 곳이다. 꽤나 문화충격이었지만 어쩌면 굉장히 효율적인 운영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발길이 또 갈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이데올로기가 묻어나온다고 해야할지.


진흙투성이가 된 바닥은 낮이 되면서 햇빛이 내려쬐면 조금 굳어지고, 비가 오면 다시 진흙이 되었다. 한 군데에 빠지면 다음 발을 떼서 딛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장화가 터지기 일쑤였다. (마지막 날 내 장화도 터졌더랬다.) 그렇지만 비오는 날 진흙에서 신나게 뒹굴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 옷을 버릴까 몸을 사리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자니 내심 부러워졌다. 그래도 걔들 엄마한테 엄청 혼났을 거 같은데.... (등짝스매싱)

아이들이 이렇듯 진흙에서만 놀 수 있는 건 아니고,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볼거리와 놀거리들이 많았다. 서커스, 페이스페인팅, 분장한 캐릭터 등 아이들이 재밌어할만한 것이 그것이고, 어른들도 동시에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어른들을 위한 즐거움은 또 다른 곳에 있다. 주로 새벽에 이루어지는 클러빙,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Shangri-la', 'Block 9'과 같은 곳들인데, 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클럽과도 같은 곳들이다. 이런 별 천지가 있는 줄 알았으면 잠을 줄이고 좀 더 가봤을 것을, 아쉬운 맘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잘 못 놀았겠지. (하하하하하하하)

좀 더 조촐히 도란도란 있을 수 있는 곳은 'Stone of Circus'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었고 페스티벌 사이트 내에서 가장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또 동이 튼다.

잠이 필요없는 페스티벌, 거의 페스티벌이 끝나갈 때야 알게 되어서 아쉬웠지만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그 땐 더 충분히 누릴 수 있길 바라며.

지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지기를.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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