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을 떠나며.
페스티벌 사이트 내에 있던 3일 간, 길지도 않았지만 꼭 오랫동안 지내왔던 곳처럼 친숙해진 것은 비단 어디다 내놓아도 잘 먹고 잘 자는 나의 발군의 적응력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왜인지는 모르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왔을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은 곳에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유대감을 가져서였을지도 모른다.
글라스톤베리를 상징하는 몇몇 랜드마크를 바라보며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쉬움과 더불어, 다음 번엔 더 잘할 수 있다고 오기를 부리는 스스로가 못내 측은했다. 그리고 다음엔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좋을까, 하는 외로움까지도.
관객 중 대다수가 영국인이긴 했지만, 제 각각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함께 하는 그 시간을 모두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 곳은 삶과는 또 다른 공간이었다. 그 시간을 다른 인격체로 살고, 그런 자신을 만나는 곳인 셈이었다.
어슴프레하게 동이 트던 하늘이 어느새 아침이 되고 나와 같이 코치를 타기 위해 각기 다른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조금 쓸쓸한 마음과 더불어 기분좋은 한숨이 섞여나왔다.
이 곳을 추억하며 제 본 모습을 찾아 모두 제자리로 가는 사람들이 이 기억으로 또 1년을 살아내기를.
터져버린 장화를 집어 던져버리듯, 그들의 삶 또한 거추장스러운 것에 매여 힘겹지 않기를.
이런 나의 오지랖이 아니어도, 그들은 이미 그런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그렇게 살고 있었던 거다. 그걸 가장 뒤늦게 깨달은 사람은 그 곳에서 나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