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청춘에게

진짜 인생 시작하기


‘피..내가 피를 토했구나.’


펑펑 우는동안에는 몰랐는데

갑작스러운 정적이 몰려왔고

입에서는 피맛이 진동했다.


놀라서 급히 거울을 보니

눈물 콧물 범벅인

찌질이 하나가 거울 속에서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아..심장이 찢어질 듯 울면 입에서 피맛이 나는구나’



20대 후반,


고시 실패생이 된 나는 

적막한 사무실에 잠입해서 

후다닥 명함을 돌리고 쫓겨나고를 

반복하며 뻔뻔해지는 영업부터 배웠고.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기위해

주변을 더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강한척. 귀한척. 아는척. 괜찮은척

해야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자랑스러운 아들이어야 했고

배려 넘치는 남친이어야 했고

의리있는 친구여야 했다.


나는 누구보다 그런 사람이라

믿었지만. 내 속의 불안감. 불행감은

덮어지지 않았고 불면증 때문에 

매일 술에 취해 잠들어야 했다.



‘어릴적 내가 꿈꾸던 모습은 이게 아닌데’



더 심각해지면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주변 몰래 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암’


그 분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암을

앓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럴리없다 생각했다. 


매일 긍정확언을 외치고

하루에 책을 2-3권씩 보고

훌륭한 분들의 강의를 찾아 다 듣고

누구보다 자기계발에 충실한 나한테

정신적 암이라니.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알고 있었고

그 마음에 반응한 내 환경은

내 상태를 계속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라고..'



그 즈음 

나는 주변을 애매하게

실망시키고 있었다.


지쳤다는 표현이 맞는거 같다.


내가 지쳤는데 괜찮은척 하며

마지막 실망을 시키지 않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 때쯤 인거 같다.

내 감정을 A4용지에 

계속 글로 적어보는

도전을 한게.


며칠은 아무 감흥이 없었다.

뻔한 이야기를 적을뿐.


하지만! 그게 가장 쉬운 일이라

일단 손으로 열심히 적었다.


한달 넘게 그 지루한 일을 했다.

익숙해졌고. 이전보다 쓰는 내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나와 대화하는 느낌이 났다.

아무도 보지 않는 A4 용지 위에서

솔직해지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종이 위에 쌍욕을

끊임없이 적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 대상은 나였다.



가식적인 인간. 쓰레기. 철면피. 개새끼. 


종이 한바닥을 나에 대한 욕을 채웠다. 

나는 그 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책상에 앉아 가슴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인생이 좀 나아졌을까?



아니다.



나는 작은 힌트 하나 잡았을 뿐이었다.

다르게 보이는 현실에서 나는 계속 힌트를

찾아야만 했다.


다만 내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듯.


힌트들은 쉽게 찾아지지 않을거라는

사실만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적극적으로 주변을 실망시켰다.

가족. 연인. 친구 다 실망시키고

나는 고립되다시피 했다.



나는 더 바닥으로 갔고

나와의 대화는 길고 깊어졌다.

이전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더 받아들이는 내용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을까?



그렇지않았다.


그냥 주변을 실망시키는데 약간 더 익숙해졌고

그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필요한 태도만 

새롭게 터득할 뿐이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아는척하지 않고

맨날 모른다고 하고 다녔더니


항상 그 때 맞는 훌륭한 스승이 나타나서

나를 알아서 채워주실 뿐이었다.


눈에 보이는걸로 치유가 안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파고들다보니


온갖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냥 그럴수 있겠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되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폭이 

조금 넓어졌을 뿐이었다.





그래서 인생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을까?




아니다. 


조금 알겠다 싶을때

세상은 항상 내 뒷통수를 때리며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해줬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내 앞에 데려다놓고

한번 감당해보라는 세상의 테스트는 계속 되었다. 


대부분 나는 감당하지 못했고 

셀수없이 많은 인연들을 

어설프게 정리했다. 


그 중 일부의 감사한 분들 통해서

기회를 얻고, 나름 살아남기 위해 

터득했던 잡기들로 

먹고 사는 걱정은 덜하게 되었다. 




내가 원했던 모습대로 지금을 살고 있는건 아니다.


그런데 만족도는 높다.

그냥 지금을 충실히 살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그런 생각을 

자주 공유하기 때문이다.


뭔가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져서 인생이 만족한 상태로 과연 갈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인생이 그랬다면

지금 별로 만족스럽지 못할거 같다.


그냥 지금 내 감정 느끼고. 내 호흡 느끼면서. 오늘 할 일 챙기고. 

내 곁에 소중한 사람 챙기는 그 일만 할 뿐이다.


스스로 원하는 미래의 모습대로 살고 있지 않는건 불행도 아니고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외면하고 스스로 자책만 하는 것은 불행한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울고 있다면, 더 속이 터지게 울어보자. 

더 이상 척하지 말고, 내 안의 그림자를 받아들여보자. 

지금 우는 울음이 분명 성공의 기폭제로 작용할테니까. 



-- 구독하지 않으셔도 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독하면 저는 좀 더 신나게 글을 쓰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려놓음을 내려놓게 만드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