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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거미 그리고 사랑

무한대 부의 근원

“아빠 거미 해주세요!"

침대에서 아들 비행기 태워주다보면 금새 팔이 아파지는데, 그 때 손가락만 가지고 거미를 만들어서 놀면 또 좋아한다.

손가락을 쫙 펼쳐서, 베개 위를 기어가는 모습을 몇 번 보여주고, 아들 다리 위에서도 몇 번 기었었다. 아들은 그 모습을 보고 거미라고 불렀다. 아들이 거미라고 말하면 내 손은 거미가 된다.

평소에는 자기 손 잡고, 밥 먹여주는 손인데 침대에 누워서 베개를 기어 다닐 때, 내 손은 거미가 된다. 아들은 그 순간 만큼은 내 손을 절대 손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한번은 내 손이 열심히 베개 위를 기고 있는데, 아들은 나가서 자기 물통을 들고 왔다. 목이 마른가 보다 하고 있는데, 아들은 물통을 내 손가락에 대면서 "거미야 물먹어~" 하고 말했다.

내 손가락은 열심히 물 먹는 시늉을 했다. "꿀꺽,꿀꺽,꿀꺽" 한참을 연기하고 있는데, 아들의 다음 말에 나는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거미야, 배가 빵빵해졌지?



엄마가 자기한테 물 먹이고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쓰는 모습이었다.



아들은 거미에게 베개로 집도 지어주었다. 거미가 베개집 위에 올라가서 점프하고 떨어지면서, "쿵" 소리를 냈더니 "거미가 울고 있어~"라며 자신도 같이 울었다.

나같은 어른들에게 손과 거미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 <중간단계>?가 수백개 있다면, 아들에겐 한 두개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몰입한 순간에는 아예 그 장벽이 사라지는 듯 하다.

나는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우연히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뻥!' 하고 알게 되었다. 그 특별한 경험은 내가 60살 정도 되었을 때나 어떤 경험인지 말로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막혀있던 보가 갑자기 넘치면서 생기는 거친 물살처럼 백회쪽을 관통하면서 쏟아져 들어왔던 정보들과 순간에 벅차올랐던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들을 통해서 그 때의 깨달음을 매일 확인하게 된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다. 형태에 갇히고, 언어에 갇히고, 상식에 갇히면서 생긴 장벽들은 아이에게 (아직까지는)없다.

창의력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사실은 원래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인데 의도적으로 장벽을 쳐 놓은 것이라고 나는 느끼고 있다.

서로를 구분하고, 경계 짓는 것 그렇게 구분해야 우리는 좀 더 편하게 기억한다. 적군 아군을 금방 파악하고 대비한다. 이 밖에도 유리한 지점이 분명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장벽이 없다는 메세지를 수천년간 꾸준히 전해주고 있는 단어가 있는데 사랑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경계없이 품는 것이다. 모든 경계는 사랑 안에서 품어진다.

다시 없을 우연한 경험을 통해서 세상의 연결성을 깨달았다. 이원론을 믿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던 나는 일원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고, 여러 고민이 사라졌고, 확고한 방향성이 생겼다.

지금 말하는 이런 이야기들도 내가 무엇을 공부해서 지식으로 알게된게 아니라 그냥 느끼게 된 것들이다.



이런 눈으로 매일 세상을 살면서,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상식과 정보들이 쌓인다. 모르는데 아는 것들이 늘고, 이런 눈을 가진 사람들 혹은 잠재되어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주변에 모이기 시작한다.

한 때 나는 공부의 끝을 가보겠다고 끊임없이 스승을 찾으러 다니는데 집착했다. 하지만 우연한 경험을 한 뒤에는 나 스스로를 스승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기존에 받은 영향을 씻기가 쉽지가 않은데, 아들이 나타나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  

아들은 최고의 사랑을 알려주고 있고, 창의성의 근원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뭐든 만들고 뭐든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무한대의 부를 만들어내는 것의 출발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으로 가능하다.

그래야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 제로섬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나도 잘되고, 너도 잘되야하는 어찌보면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들은 나에게 사랑을 완벽히 알려주기 위해서, 나의 스승으로 이 세상에 와줬다. 그리고 나는 이 훌륭한 스승님에게 더욱 리얼한 거미를 보여 드릴 다짐을 오늘도 한다.



구독부탁드려도될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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