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한 오늘’이 가장 큰 선물임을 배운다
얼마 전, 오랜 인연의 한 창업자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20여 년 전, 내가 창업지원 담당자로 일하던 시절 처음 만난 사람이다.
그때 그녀는 아이 둘을 키우며 생계를 꾸려야 했던 여성가장이었다.
새로운 출발 앞에서 떨리던 그녀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땐 서로 버거웠다.
나는 지원 담당자로, 그녀는 창업자로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때로는 서류 한 장,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음식 솜씨가 좋았고, 늘 밝고 성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그녀와
여러 번 밤늦게까지 상의했다.
“대표님, 지금은 힘들지만 이 시간은 분명 자산이 될 거예요.”
그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이젠 그녀가 지역에서 손꼽히는 음식점 대표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어요.”
그녀의 말에 순간 목이 메었다.
나는 그저 출발점에서 잠시 함께 걸었을 뿐인데,
그녀는 그 시간을 “인생의 전환점”이라 했다.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오래 울렸다.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했다.
감사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는 일,
그것이 진짜 감사였다.
사람은 누구나 잊고 산다.
누가 내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문득 누군가가 내 이름을 떠올리며
“그때 고마웠어요.”라고 말해줄 때,
그 한 문장이 긴 세월의 수고를 보상해 준다.
그녀의 감사는 내게로 돌아와
지친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감사는 받은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 이후로도 나는 가끔 그 식당을 찾는다.
식당 문을 열면 반가운 얼굴이 환하게 맞아준다.
“선생님, 오셨어요? 오늘은 어제 남해에서 특별히 공수해 온 멸치로
멸치볶음을 만들었어요. 안 그래도 선생님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잘됐어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내 앞에 따뜻한 밥상을 내어놓았다.
그녀의 웃음에는 여전히 초창기의 순수함이 남아 있었다.
그 밥상 앞에서 문득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그녀는 내게 감사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이구나.’
나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걷고, 쓴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배운다.
감사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또한 내 삶의 방향을 바로 세운다.
때로는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괜찮아, 네가 한 일은 헛되지 않아.”
감사는 그렇게, 내 안의 불안을 달래고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또 하나의 용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