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첫 순례의 하루, 낯선 길 위에서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마드리드.
공항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여행의 설렘보다 피로가 먼저 밀려왔지만,
마음 한편은 이미 길 위에 있었다.


순례의 출발지, 팜플로나까지는 버스로 다섯 시간.
그 길이 이렇게 멀 줄은 몰랐다.
창밖의 풍경은 끝없이 이어졌고,
어느새 몸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멀미가 밀려왔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처음 만난 일행들이 내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괜찮아요? 처음이라 그래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걷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날 뻔했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함보다 감사함이 더 컸다.


저녁이 되어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지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누군가는 단지 걷고 싶어서라고 했다.
사연은 달랐지만 마음은 닮아 있었다.


나의 차례가 되자
잠시 말을 고르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길에서는 그냥, 나를 조금 줄이고 나를 바라보고 싶어요.”
그 말을 하며 스스로에게도 다짐했다.
비워내는 용기, 그것이 이번 순례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순례자의 도시 팜플로나를 걸었다.
헤밍웨이가 머물며 글을 썼던 카페 이루아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의 시선이 닿았던 거리와 하늘,
그가 사랑했던 도시의 온기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듯했다.


“이곳이 팜플로나야.”
그라미라는 이름의 한 여행자가
이제 막 자신의 첫 순례를 시작하려 한다.


걱정도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걷고 싶다’는 단 하나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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