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순례, 그 시작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설렘’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15일이라는 시간, 적지 않은 경비,
무엇보다 명절 연휴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는 부담이
내 마음을 자꾸 주저앉혔다.
“엄마, 진짜 가요?”
아이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래, 이번엔 꼭 가야 할 것 같아.”
입술은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은 아직 한참이나 망설이고 있었다.
직장에서도 긴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네 인생의 숙제야.”
그 한마디가 내 등을 밀었다.
경비는 카드 할부로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지만,
그때의 나는 진지했다.
“이건 나의 꿈에 대한 투자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장 어려웠던 건 시댁에 말씀드리는 일이었다.
명절에 시골에 가지 못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우리, 커피 한잔 하러 갈래요?” 하고 조심스레 말했다.
새로 생긴 커피전문점에 앉아
따뜻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꺼냈다.
“여보, 사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고 싶어요.”
말을 꺼내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남편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나 참… 엄청 긴장했네. 이혼 얘기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
최근 무언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슨 결심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떨려요. 다녀와요.”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남편은 명절 문제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길 위에 설 용기를 냈다.
출발을 앞두고 남편과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꺼내든 손편지였다. 손편지와 각자 용돈도 같이 넣었다.
‘ 잘 갔다 올게요. 잠시 떨어져 있지만,
이 시간 동안 나는 더 나은 나로 돌아올게요.’
글씨를 쓰던 손끝이 떨렸고
나도 몰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나는
설렘과 두려움, 감사와 그리움을 모두 품은 채
내 인생의 첫 순례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