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출발 몇 시간 전, 나는 조용히 편지를 썼다.
남편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잘 다녀올게. 걱정하지 마.”
짧은 문장이었지만 마음을 다해 썼다.
펜 끝이 떨렸고, 편지를 봉투에 넣는 순간,
알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왔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정말 내가 이 길을 가는 게 맞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이미 표는 끊었고, 길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공항 출국장 앞
‘깊은 산속 옹달샘 산티아고 순례길 참가자’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 서울, 경기, 대전, 양산, 부산 등
우리는 모두 가볍게 인사했다.
누군가는 부부로, 누군가는 친구와 함께,
그리고 나처럼 혼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의 이름을 묻고, 인사를 나누며
“우리 잘 걸어봅시다.”
작은 웃음이 번졌다.
각자 다른 사연과 이유로 이 길에 올랐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얼굴이었다.
조용히 자신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잠시 멈춤’을 허락받은 이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창밖으로 저녁빛이 퍼졌다.
낯선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뒤섞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잘 가자, 나 자신.”
그렇게,
진짜 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