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이 쓰던 방에는
지금 남편이 지내고 있다.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과
아침이 조금 느린 나.
서로의 생활 리듬이 달라
함께 자면 오히려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작은아이가 서울로 떠난 뒤,
남편은 그 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루는 남편이 말했다.
“이제 그 방 좀 정리하자. 안 쓰는 물건이 너무 많아.”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니, 그대로 두자.”
그 말에 남편은 잠시 나를 보았다.
“그래도 먼지가 쌓이는데…”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괜히 마음이 콱 막혔다.
그 방에는 아직
아이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책상 위에는 볼펜 하나,
책꽂이에는 이름이 적힌 교재,
서랍 속엔 자취방을 꾸릴 때 챙기지 못한
자잘한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걸 쉽게 치우지 못했다.
손끝으로 하나하나 닦으며
마치 그 아이의 손길을 다시 느끼는 듯했다.
명절 연휴나 휴가 때
아들이 집에 내려오면
그 방에서 잔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내가 그 방을 그대로 두길 참 잘했다 싶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예전엔 잠시라도 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어땠어?”
“회사 일은 힘들지?”
그 짧은 대화들이
내 하루의 작은 위로였다.
이제는 그 대화가 사라졌다.
남편과도 예전엔 아이들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요즘은 서로 말이 줄었다.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할 말이 사라진 것이다.
식탁 위엔 둘의 밥그릇만 놓이고,
거실은 조용하다.
세탁물도 줄었고,
주말에 밥을 하는 양도 줄었다.
집은 깨끗한데,
왠지 그 고요가 낯설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뒤의 집은
처음엔 텅 빈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비워진 자리엔 여백이 생겼고,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요즘 나는 그 쓸쓸함을
글로 달래고,
산으로, 길 위로 흘려보낸다.
걷다 보면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걸었던 길이 떠오른다.
그때의 웃음, 대화, 햇살,
모든 게 바람처럼 스쳐간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아들들과의 대화가 그립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 시절의 소리를 떠올린다.
이제 그 방은 아이의 방이 아니라,
내 마음이 쉬어 가는 곳이 되었다.
그 방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잠시 고요해진다.
그리움이 차오르다가도,
이젠 담담히 미소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비워진 방은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랑이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