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문득, 바쁜 걸음이 아닌 그냥 걷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낙동강변 길을 걸었다.
길가엔 연둣빛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아래로는 노란 유채꽃이 이리저리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빌딩마저도 이 풍경 속에선
마치 배경화면 같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있으니
바람결 따라. 민들레 씨앗 하나가 내 무릎 위에 살포시 앉았다.
민들레, 어딘가를 향해 가는 작은 생명,
순간 나를 멈춰 서게 했다.
흔들림 없이 사는 삶은 없겠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이렇게 가볍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알 것 같았다.
이 평범한 날의 이 풍경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히 스며드는 중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겐 그냥 풀밭, 그냥 벤치일지 몰라도
오늘의 나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봄날을 느끼고
봄의 속삭임을 들으며
내 마음 안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는 날이
고맙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