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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맥찾기 1주차 기록

오늘, 내 감각이 발견한 작은 보물


오오늘, 내 감각이 발견한 작은 보물늘, 내 감각이 발견한 작은 보물

오늘, 내 감각이 발견한 작은 보물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순간들.

어제와 똑같은 하루 같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내 감각이 포착한 작은 가치들, 그것이 곧 나의 금맥이었다.”


나의 하루, 감각이 포착한 가치.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던 주제였다. ‘감각’이라는 말, ‘가치’라는 말이 막연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어제의 하루를 떠올려보니, 다섯 감각 중 유독 뚜렷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맛’이었다.


남편과 함께한 전어회.

내가 근무하는 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30년 넘은 회 센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가까이 있다 보니, 정작 그 안에서 식사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늘 눈앞에 있지만 쉽게 누리지 못하는 풍경처럼.


퇴근 무렵, 사무실에 필요한 짐들을 챙겨 남편이 찾아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로선 가져오기 어려운 것들이었는데, 고맙게도 그가 함께해주었다. 퇴근길에 남편은 “근처에서 설렁탕이나 먹을까?” 하더니, 이내 “회센터에 사람이 많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자 내가 먼저, “그럼 우리도 가요” 하고 대답했다.


남편은 내가 회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 다만 빵 앞에서 눈이 반짝이는 나를 오래 본 남편이 그렇게 오해했던 것 같다.


우리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신동아 회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센터에 들어서자 노란 테이블이 가득 놓인 풍경이 펼쳐졌다. 상회마다 저마다의 이름을 걸고, 사람들은 퇴근 후 회포를 풀거나 여행의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활기가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 분위기, 그 자체가 오래된 추억의 색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전어회를 주문했다. 가을, 전어가 가장 맛있다는 계절. 한입 입안에 넣자 고소함이 혀끝에 감돌았다. 남편에게 전어 한쌈을 싸주며 “힘내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하고 건넸다. 남편은 환하게 웃었고, 그 웃음이 내 마음에도 고스란히 번졌다. 작은 접시였지만 다 먹지 못해 포장해 왔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이곳,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상사와 자주 가던 곳이야.”

그때의 패기 넘치던 시절을 떠올리는 듯했다. 남편의 눈빛 속에는 젊은 날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다 알 순 없지만, 가끔은 이런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감각이 포착한 가치. 어쩌면 그것은 ‘맛’ 그 자체보다, 그 맛을 함께 나누는 순간 속에서 기억과 마음의 울림이 아니었을까. 전어의 고소한 풍미는 잠시였지만, 그와 나눈 시간과 웃음은 오래 남는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맛이 아니라, 그 맛을 둘러싼 사람과 마음,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순간의 빛이 아닐까.


� 신동아 회센터 안내
1987년 준공된 **신동아 수산물 종합시장(신동아 회센터)**에는 180여 개의 활어 횟집이 입점해 있다. 1층에는 활어와 어패류 점포가, 2층에는 건어물 가게들이, 3층에는 회센터가 밀집되어 있다. 1층에서 직접 고기를 고른 뒤 3층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먹을 수 있어,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즐길 수 있다.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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