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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맥 찾기 1주 차 기록

나의 ‘쓸모’ 발견

나의 ‘쓸모’ 발견


살다 보면 ‘나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질문이 불쑥 마음에 떠오를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쓸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일상 속에서 내 쓸모를 발견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쓸모’라는 주제를 받으니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국어사전에서 ‘쓸모’는 ‘쓸 만한 가치, 어떤 일이나 목적에 도움이 되거나 유용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내 하루 속에는 그런 순간이 언제일까. 어쩌면 매 순간 나는 직·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전화벨이 울렸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임원 엄마들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이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우리 모임은 20여 년 이어져 오고 있다. 평소엔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지만, 전화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반가움과 ‘무슨 일이지?’라는 호기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 엄마, 잘 지내시죠? 바쁘신 건 아니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녀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복잡해서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반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부족했지만, 같이 이야기 나눠봐요.”


2년 전, 나 역시 큰아이의 결혼을 앞두고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다 알아서 한다고 했지만, 결혼식에 귀한 시간을 내어 오는 하객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타 지역에서 오는 사돈 가족들에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디까지 챙겨야 하는지 막막했다. 며느리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돈댁에는 또 어떤 예를 다해야 할까…. 수많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나는 먼저 자녀를 결혼시킨 친구들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답은 모두 달랐다. 결국 아무리 잘하려 해도 서운함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만 남았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아들과도 몇 번 부딪혔다. 평소엔 대화가 잘 되던 아들이었는데, 이 일로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 엄마도 여자다.”

그때의 서운함과 복잡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 엄마에게 그 시간을 솔직하게 전했다. 상견례에서의 옷차림, 사돈댁의 태도, 결혼식장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인사들…. 후회와 배움이 뒤섞인 경험을 하나하나 들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혹시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


그녀는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나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겪었던 경험을 나눈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짐을 조금 덜어줄 수 있었다니,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돌아보니 ‘쓸모’라는 것은 거창한 능력이나 특별한 기술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귀 기울여 들어주는 태도, 공감 어린 눈빛, 혹은 경험을 나누는 사소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된다. 나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쓸모를 직업이나 성취와 연결 짓곤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쓸모란 관계 속에서, 누군가를 돕는 순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는 것을. 그럴 때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을 한다.


저녁이 되어 하루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오늘 어떤 역할을 했는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쓸모 있는 하루가 아니었을까.


오늘은 그래서 고맙다. 누군가의 마음을 덜어주며 동시에 나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다시 확인했으니 말이다. 내 쓸모는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오늘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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