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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하루; 드디어, 나만의 자리에서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드디어, 나만의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먼저, 나에게는 나중에


와우, 몇 년 만인가.

나는 내 노트북이 없다.


큰아이가 첫 출근할 때 노트북이 필요할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사주었다.

작은아이가 학교 과제로 꼭 필요하다 하니 또 사주었다. 데스크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늘 아이들에게 먼저 돌아갔다.


정작 나는 강의를 하거나 교육을 받으러 갈 때 노트북이 필요했지만, 내 몫을 사지 않았다. 꼭 필요하면 빌리거나 대여하면 되었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책을 사거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사줄 때는 서슴이 없으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늘 인색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걸 다 해결하니 ‘굳이 없어도 된다’ 하고 넘어갔다.


서랍 속에 잠든 아이패드


몇 해 전, 인터넷 강의를 자주 들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작은아이가 내 사정을 알고 남편과 형에게 이야기했는지, 생일에 아이패드를 선물 받았다. 하지만 나는 잘 쓰지 못했다. 너무 고가라 혹시 잃어버릴까 두려웠고, 회사에서 데스크 업무를 주로 하니 꼭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이패드는 그저 ‘소중한 선물’로만 남아 있었다.


다시 꺼낸 아이패드

그런데 달라졌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쓰는 일이 잦아졌다. 얼마 전에는 공저로 책도 출간했다. 이제는 폰으로만 입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 문득 아이패드가 떠올랐다. 서랍에서 꺼내 켜니… 다행히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초기화가 필요했다. 비밀번호도 생각나지 않았다. 애플 매장에 전화하니 직접 가져오라고 했다. 안 될 수도 있다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초기화. 화면이 켜지는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감사했다.


하지만 또 산 넘어 산이었다. 애플 계정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묻고, 검색도 하며 겨우 재설정. 필요한 앱을 하나씩 다시 깔았다. 키보드 연동도 서툴러서 애먹었다. 문득, 이제껏 누구보다 문서 작성에 익숙했던 내가 언제 이렇게 디지털에 약해졌을까 싶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둔화된 것 같았다.


오늘, 작은 성공


오늘은 기필코 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기 퇴근 후 집에 오는 길, 익숙한 카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책을 읽거나 하루를 정리하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패드와 씨름 중이다. 답답해도, 느려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아이패드, 키보드, 한 잔의 차.

창가에 앉아 글을 쓰는 나.


이 순간, 나만의 작은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고 있다


작가의 길 #작은 성공 #브런치작가 #글쓰기습관 #나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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