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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참 잘 왔다

나에게 쓰는 편지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여기까지 참 잘 왔다


25년, 공저로 처음 참여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고맙게도 지인들과 친구들이 구입해 읽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은 내가 걸어온 시간을 알고 있지만, 책으로 읽으니 다르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책을 덮고 건네는 그 한마디에, 나는 묵직한 응원을 받는다.


오늘은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중앙에 책이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뭉클했다고 했다. 나는 그저 “내가 많이 부족했어”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대답했다. “아니야, 너의 마음이 보였어. 마음을 다해 글을 썼다는 게 느껴졌어.”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아,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친구는 이어 말했다.
“글은 그 사람이라고 하잖아. 네가 보였어. 그리고… 내가 여유는 없지만, 네 꿈에 투자해 줄게.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외국에서의 한 달 살기에, 조금이지만 보탤 수 있도록 할게.”

“아니야, 이렇게 말해주기만 해도 고마운데… 무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눈가가 뜨거워졌다.


더 놀라운 건, 친구가 아주 구체적으로 나의 꿈 리스트를 함께 그려주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응원이 아니라, ‘네가 간절히 바라는 걸 꼭 이루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사실, 그 친구와 자주 왕래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런 마음을 낼 수 있을까.


문득 최근 본 드라마 한 장면이 떠올랐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과외를 하러 간 형을 기다리며 동생이 부잣집 아이와 함께 노는 장면이었다. 부잣집 딸아이는 동생이 가지고 싶어 하던 인형을 서슴없이 내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동생은 독백한다.
“나는 동생에게 사탕 하나 주기 싫어 머리를 굴리는데, 이 아이는 비싼 인형을 서슴없이 주는구나.”

그 대사가 마음을 치고 갔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마음도 여유로울까.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진 것을 움켜쥐려는 이들도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어땠을까.


오늘 아침, 친구의 전화는 내게 오래 남을 선물이었다.

글이 가진 힘을 새삼 느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의 꿈을 그 마음에 심을 수 있다는 것.

친구의 지지와 후원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오늘 받은 이 감동은 이미 내 삶의 자산이 되었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 속에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고맙다, 친구여.
너의 마음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글을 쓰는 이유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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