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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좋은 날,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햇살이 좋은 날, 배낭을 꺼내며


햇살이 좋은 날이면 사람들은 뭘 할까?

햇살이 좋은날, 빨래하기 좋은날, 빨래를 넌다라는 글울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나는?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 햇볕에 말리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꺼내든 배낭들.

빨래처럼 햇살에 말리며 나는 묻는다.


“어느 배낭으로 갈까?”

마음은 가볍게 가고 싶지만, 종주는 다르다.

최소 30리터 이상, 튼튼해야 한다.


내 배낭엔 사연이 있다.

첫 백패킹을 함께했던 가방,

100대 명산 40좌 완등 후 나에게 준 선물 같은 배낭…

세월 따라 하나둘 늘어난 배낭은

나의 길과 발걸음을 증명해 왔다.


오늘, 나는 조금은 낡고 무겁지만

처음 내 품에 들어온 ‘그 배낭’을 고른다.


“잘 부탁해.

나의 발걸음을, 나의 안전을,

지리산 위에서 함께해 줘.”


햇살 좋은 날, 배낭을 말리며 나는

종주의 마음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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