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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고 Beingo Mar 11. 2021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세계적인 운하 건설에서 배우는 사고의 유연성 - 휴브리스(Hubris)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하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운하입니다. 지중해와 홍해 사이를 지날 때 육로로 혹은 아프리카로 우회해서 갈 필요 없이 유럽과 아시아를 해상로로 바로 연결해줍니다. 수에즈 지협 운하의 가치를 인식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폴레옹이었습니다. 그는 고대의 운하 유적을 발견하고,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통상로를 개척하려는 큰 계획은 세우게 됩니다. 이 때 나폴레옹의 운하 건설공사에 뛰어든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페르디난 드 레세프스(Ferdinand de Lesseps, 1805~1894)였다. 1859년부터 시작된 수에즈운하는 북에서 남으로 공사를 진행시키며 육지에 깊이 7미터의 수로를 파서 도중에 있는 호수를 하나씩 연결해 나갔습니다. 1869년 11월 17일 완공된 수에즈운하의 길이는 165킬로미터로 꼭대기의 폭은 150미터, 내려갈수록 폭이 좁아져 아래쪽은 폭이 60미터에 이릅니다. 막대한 인력과 자원 및 자본이 투입된 수에즈운하가 개통되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레세프스에게 인도 성훈위대십자장이라는 훈장을 수여하며 런던 명예시민으로까지 임명했습니다.


또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나마 운하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는 진입로 부분까지 합하여 총 81.15킬로미터에 다다릅니다. 태평양과 대서양 쪽이 모두 3단계로 되어있으며, 길이 300미터 폭 33미터의 갑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약 1만 4천척의 배들이 이 운하를 통과하고 있으며, 한 척이 약 4천달러에서 5천달러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높은 가격이지만 1920년 7월 12일,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었을 당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뱃길은 2만 8백킬로미터에서 8천 3백킬로미터로 3배이상 단축되었고, 이는 상품 유통시장에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이 파나마 운하의 첫 번째 건설은 1870년 레세프스가 수에즈 운하의 성공경험을 살려 이 지역에 진출하였습니다. 1878년부터 레세프스는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파나마 지협의 운하건설권을 따내 운하건설 공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레세프스의 시도는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맙니다. 그가 설립했던 파나마 운하회사는 계획의 미비, 풍토병 등 자연환경으로 인한 공사의 난항, 자금 결핍 등의 문제로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파나마 운하에서는 수에즈 운하에서 성공한 건설 영웅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파나마 운하에서 레세프스가 실패한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과거에 한 번 성공한 사람이 자기 능력과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을 때의 주의점을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자기 우상화나 지나친 확신은 실패나 다름없습니다. 수에즈와 파나마 지역은 지형과 기후도 다르고, 풍토병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지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과 기술도 많이 발전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세프스는 수에즈 운하 건설에서 사용한 방법을 고집하다가 파나마에서 결국 실패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 해석학 용어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휴브리스(Hubris)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지나친 오만, 자기 과신, 오만에서 생기는 폭력 등을 의미합니다.


토인비에 따르면 역사는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에 의해 바뀌어가지만, 일단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신들이 성공한 방법을 모든 곳에 통하는 절대적인 방법인 것 처럼 자신의 능력이나 방법을 지나치게 믿어 우상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고 보았습니다. 곧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을 과신해 자신의 능력 또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법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휴브리스라고 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휴브리스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능력만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야 어떻든, 또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든 상관없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식대로 일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오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도 있습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도널드 설(Donald Sull)교수는 한 때 잘나가던 기업이 몰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활동적 타성’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는 시장 상황이 극적으로 변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에 했던 성공방식의 활동들을 더 가속화해서 실행하려는 기업의 일반적 성향을 말합니다. 기업이 활동적 타성에 빠지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시장의 흐름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시장 상황이 변하였는데도 오히려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여 부진에 허덕이다가 결국 몰락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더 나은 해답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조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룹 통합으로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이 최초로 신설되고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각 계열사의 교육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재개발원의 설립 취지와 앞으로의 업무 방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설명을 듣고 난 후 한 계열사의 팀장님께서 손을 들고 하시는 말씀이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고 있느냐?"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 회사에서도 예전에 다 해봤던 일들이었다. 그런 어렵고 효과도 별로 없었던 일들을 왜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그 팀장님의 말씀으로 인해 분위기가 싸해지는 졌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후 업무를 진행할 때에도 상당히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처럼 내 경험이 무조건 맞다고 우기고, 이대로 따라서 해야 한다고 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의 경험’을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와 함께 내가 경험한 것들이 '휴브리스'처럼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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