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빙고 Beingo Mar 15. 2021

생각은 모을수록 도움이 된다

블레츨리 파크의 성공 비결 - 휴리스틱스(Heuristics)



마블 히어로물인 닥터스트레인지의 주연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역할을 하며 2014년 개봉한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의 배경이 되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당시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독일군 잠수함인 유보트(U-boat)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전쟁 중 내가 유일하게 두려워한 존재는 U보트였다. 우리들의 생명선인 바다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U보트에 모든 것을 걸어보는 편이 현명했을 것이다.”라고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전까지 잠수함의 전술은 특정한 위치에 대기를 하고 있다가 목표물이 나타나면 공격하고 사라지는 방식에 비해서 U보트는 여러 대의 U보트들이 무선 통신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다가 목표물이 나타나면 다 같이 모여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공격의 결과로 엄청난 양의 연합군 함선들을 격침시켰고 한 때 대서양 보급로를 완전히 끊어버려 영국을 거의 아사 직전까지 몰아갔습니다.


이러한 독일군에게 혁혁한 성과를 주던 U보트의 가장 큰 패인은 수학자 앨런 튜링을 필두로 한 영국의 암호 해독반이 독일군의 암호 해독 장치인 ‘이니그마’를 해독해 낸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독일군의 작전이 드러나게 되고 U보트의 예상 위치, 진로, 목적지가 전부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영국이 비밀리에 새운 블레츨리 파크가 독일군의 이니그마 암호 대부분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는데, 블레츨리 파크는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인 콜로서스를 개발해 독일군의 교신 메시지를 1초에 5000 단어라는 빠른 속도로 암호를 분석했습니다(콜로서스는 최초의 컴퓨터로 알고 있던 애니악보다 약2년 먼저 개발되었음). 1944년 봄 영국은 콜로서스를 이용해 독일군의 교신 암호를 푸는 데 성공했고, 6월 6일 2차 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감행하였으며, 독일군은 1945년부터 1945년까지 9백 여척에 달했던 U보트 중 777척을 대부분을 잃게 되었습니다.


블레츨리 파크의 성공 비결은 다양한 사람들의 자신의 역할을 알고 능력을 제대로 활용한 덕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콜로서스는 전직 우체국 기술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고, 수백 명의 여군도 암호 해독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지나친 오만, 자기 과신, 오만에서 생기는 독단적인 행동이나 주장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 휴브리스(Hubris)와 반대되는 뜻으로 '찾아내다(Find Out)'와 '발견하다(Discover)'라는 의미가 합쳐진 휴리스틱스(Heuristics)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직 없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혹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일련의 프로세스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가설 기반으로 적용하여 문제 해결에 접근을 시도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휴리스틱스는 특히 경험이나 직관을 사용하거나 노력을 기울여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결책을 얻게 됩니다.


오래전에 같은 부서 직원들과 태안에 있는 해변으로 워크숍을  적이 있었습니다.  양식장으로도 유명했던  해변은 갯벌이 단단해서 썰물때면 CF  장면처럼 자동차로 해변 한쪽을 달릴 수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에 차가운 공기를 쏘이다가 직원  명이 승용차를 몰고, 바닷물이 썰물로 빠져나간 해안을 달려 보기로 했습니다. 인적도 거의 없는 해변을 차로 달려 보는 것은 짜릿하 했고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분은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그것은 바로 차가 갯벌에 빠져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살짝 빠진 거라 바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액셀을 밟을 때마다 바퀴는 점점 깊이 들어갔습니다. 정말이지 영화에서 봤던 방법들은 모두 다 써봤지만 모두 허탕이었습니다. 지나가던 굴양식 경운기를 운전하고 있던 분에게도 부탁을 했지만, 차가 빠져 있는 쪽은 위험해서 잘 못하면 경운기도 빠진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빠졌던 바닷물이 밀물 시간에 맞춰 서서히 들어오자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몇 명은 바퀴 옆에 있는 진흙을 계속 퍼냈고, 또 보험사에 연락해서 견인도 부탁했지만 큰 견인차가 오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바닷물을 보니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습니다. 정말이지 뭐든지 시도를 해봐야만 했습니다.


그때, 모래언덕 위에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집이 보였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가보니 커다란 굴삭기가 있었습니다. 순간 저 정도면 갯벌에 빠진 차를 쉽게 빼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굴삭기를 운전하고 있는 기사분께 사정을 설명하고 몇 번의 부탁 끝에 도와주겠다는 승낙을 받았습니다. 모래언덕을 굴삭기가 직접 내려오고 갯벌에 빠져 있는 자동차로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굴삭기 덕분에 별 탈 없이 갯벌을 빠져나올 수도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과 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운 문제를 다시 재구성하여 해결하기 쉬운 문제로 변화시킬 수 있게끔 만들어 줍니다. 과학적인 발견이나 혁신적인 제품, 새로운 예술 형식의 탄생은 다양한 관점과 가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새로운 발견과 혁신으로 이어질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을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회사나 구성원들은 경험이나 교육을 통해 습득한 논리적인 문제해결 방식과 직관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그 장소가 사무실이 됐건 생산현장이 됐건 간에 회사 내에서 특별한 혁신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