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맛있었다

by 이재동

부모님께서 잠시 올라오셨다가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내려가셨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부모님과 함께 지낸 시간이 떨어져 지낸 시간보다 짧다. 편입하기 전에는 2년 동안 기숙사와 자취를 병행하다 입대했다. 제대해서는 아버지는 이미 혼자 귀농하셨고, 어머니랑은 2년 조금 안 되게 같이 살다가 마저 귀농하셨다. 그때가 2017년 9월이니 만 2년쯤 독립당한 삶을 살고 있는 셈.


올라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양가감정이 일었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건 물론 좋다. 근데 함께 지내는 건 다른 이야기. 가족이란 점을 떼어놓고 냉정하게 보자. 이미 동생과 둘이 사는 게 익숙한 나의 생활, 나의 집(물론 명의는 집주인, 전세비용은 부모님. 하하), 나의 삶에 이방인 두 명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거다. 내 방에서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놓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에서 선풍기 쐬면서 동생 방에 자야 한다. 나만 날벼락이냐? 동생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알바 퇴근하고 롤 좀 때리다가 여친이랑 전화도 하고 자는 게 루틴일 텐데, 일 끝마치고 돌아와 보니 방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형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이건 수면 측면에서의 지극히 단편적인 이야기다.


가장 최근 방문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아버지는 집 안에서 담배를 태우신다. 베란다에서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난다. 그 상태로 주무시니 떠난 후의 내 침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담배냄새가 난다. 게다가 귀가 좋지 않으셔서 폰으로 유튜브 볼 때 볼륨을 최고치로 키운다. 이어폰을 안 낀 채로! 뭐라 하면 불효자 같고, 안하자니 귀 아프고. 어머니께서는 집안 청결 상태 지적을 많이 하신다. 내 나름 깔끔하게 해놓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28년차 주부 짬엔 그렇지 않나 보다. 잔소리 잘 안하는 편이긴 한데 아예 안 듣고 사는 거랑 조금이라도 듣고 사는 거랑은 천지차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솔직히 마냥 반길 수가 없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은 채로 2박 3일이 흘렀다. 별로였겠냐고? 아니다. 앞서 마냥 반길 수 없는 나의 간사한 마음 이야기만 했지만 당연히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아주 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일단은 돈을 벌고 있으므로 식사를 대접해 드렸다. 정말 오랜만에 누가 나를 위해 차려준 밥을 먹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던 냉장고 정리가 깔끔하게 돼 있었다. 평소 손이 잘 안 닿던 부분들의 청소는 덤. 장도 봤고 나중에 먹을 반찬도 많이 생겼다. 특히 오늘 먹은 불고기. 나는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평소에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암만 열심히 해도 아까 저녁으로 먹은 엄마 불고기 맛을 못 뛰어넘겠더라. 심지어 간편하게 먹으라고 양념만 해놓고 얼려놓은 걸 뚝배기에 대충 끓이기만 한 건데. 불고기 말고도 식탁에 다른 반찬으로도 풍성해지니 나보다 동생이 밥을 더 빨리 먹더라. 식사를 먼저 끝내는 건 대개 나였다.


두 분이 본가로 돌아가시니 무지 편하긴 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일 해도 되고(부친께선 음악부심 좀 있어서 내 플레이리스트 틀어놓으면 이상한 거 듣는다고 뭐라 함) 내 침대에서 잘 수도 있고. 한마디로 눈치 안 봐도 돼서 좋다. 가족에 관한 내 지론 중 하나가 ‘가족은 가끔 봐야 사이가 좋다’이기도 할 만큼 따로 사는 삶이 만족스럽다. 있다 없다고 딱히 허전하지도 않고. 그래도 오늘 불고기는 좀 여운이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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