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주입에 지쳤어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글’을 등록하면 나와 친구가 아닌 사람들이 라이크를 눌러줄 때가 있다. 아마도 #글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모든 게시물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는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어떤 글을 쓰나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나의 그릇은 그들의 넘쳐흐르는 감성들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부족한 항마력 탓에 황급히 액정 왼쪽에 엄지를 대고 오른쪽으로 쭉 훑을 수밖에 없었다. 이 다음 문단부터는 조기축구 나가서는 20분도 채 못 뛰는 주제에 월드컵만 되면 안방에 누워 히딩크 빙의한마냥 훈수 두는 배불뚝이 아저씨들처럼 글을 쓸 것이니 영 내키지 않으면 뒤로 가시면 된다.
오글거리는 글은 정말 못 읽어 주겠다. 내가 그런 글을 못 쓰는 것이 첫 번째요, 읽기 거북한 것이 두 번째요, 거짓말처럼 보이는 것이 세 번째 이유가 되시겠다. 주술 관계가 맞으면 뭐하나, 적확한 단어를 쓰면 뭐하나. 거창한 사랑을 논하면 뭐하나. 지어낸 마음은 가볍다.
내가 최고로 치는 작가들은 미취학 아동이다. 단어 6개로 사람들을 울렸다는 대문호 헤밍웨이도 못 해낸 걸 8세 미만 어린이들은 해낸다. 영유아들에겐 6 단어도 사치다. 8 글자면 충분하다. ‘엄마 압바 사랑헤오’면 게임 끝이다. 작문은 고사하고 맞춤법도 다 틀려, 하도 삐뚤빼뚤해서 당최 뭐라고 쓴 건지 식별부터 해봐야 하는 게 그들의 문장이지만 모든 것을 뒤집을 비장의 카드가 있다. 꾸밈없는 진심이다. 나도 당대의 문장가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언제쯤 그렇게 다시 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