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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Dec 19. 2019

운수 좋은 날

로또 일등을 기원하며

오늘은 대학교 마지막 시험이 있는 날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평소보다 살짝 일찍 나왔다. 선곡은 Redbone - Come and Get Your Love.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 삽입된 곡이기도 하다. 리듬에 맞추어 경쾌한 걸음걸이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왠지 도로쪽보다 산책길을 통해 가고 있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정수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다른 녀석들보다 살짝 늦게 떨어진 게으름뱅이 은행열매이겠거니 하고 쭉 걷던 도중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은행이었다면 머리에 맞은 뒤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재차 떨어졌어야 했다. 헌데 바닥에서 응당 들려와야 할 추락음이 빠져있었다. 설마 싶어 정수리를 만졌다. 찰박하다. 제발 아니길 바라는 심정으로 손을 내렸다.


따듯했다


아뿔싸! 새똥이!

이대로 가서 망신살 뻗치더라도 시험을 치러 버스를 타러 가야 하나? 어차피 막학기 마지막 시험이니 오늘 보면 안 볼 사람들이지 않은가? 아니다. 그래도 분비물 부착은 너무하지 않나. 조금 늦더라도 머리를 감고 다시 나와야 하나? 학점은 어쩔 것인가. To "B" or Not to "B". 감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시험범위를 이미 다 외워버렸으니 괜찮을 터였다. 게다가 여유있게 나왔으니 씻고 가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함과 동시에 발을 뗐다.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었는데 역시 무의미한 학습은 없다. 누가 그랬다. 인생에 기회는 3번 정도 찾아온다고. 기회를 찬스로 만드는 건 준비된 자에게만 해당한다고. 맞는 말 같긴 한데 왜 내 기회는 꼴랑 새똥 맞을 때 머리 감으러 갈 수 있는 찬스인 걸까. 나머지 두 번은 대체 어떤 식으로 올까. 운수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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