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투리 치이고, 치열에 한 번 더

<신혼 생존기: 비긴즈>

by 엉탐궁탐

신호등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사투리 풀가동하던 남자.
"○○카페가 으디노~"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

그랬더니 웃으면서,


“아~ 너야?”


순간, 뭔가... 귀여운데?
게임에서 물풍선만 던지던 사람 맞나?


우리는 카페에 들어갔다.
앉자마자 그가 말했다.


“음료 뭐 먹을래? 내가 살게.”


오, 갑자기 훈훈?

그 이유는 더 웃겼다.


“길드원이 너 만나면 맛있는 거 많이 사주라 했거든.”


‘길드원’이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육성으로 듣는 순간, 살짝 소름.


“...내가 지금 진짜 게임 사람이랑 커피 마시는 중이구나.”


그리고 갑자기 꺼낸 비장의 한 마디.

“숙소 사람들하고 내기 게임해서 돈 땄어~”


그러더니 입은 옷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기 시작.
천 원, 오천 원... ㅋㅋㅋ


그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얼굴은 살짝 까무잡잡,
목이 다 늘어난 검은 반팔티, 청바지, 그리고 야상.


꾸민 듯 안 꾸민, 아니 안 꾸민 듯 더 안 꾸민(?) 차림.


그래도 정성은 느껴졌다.
그 게임돈이 현실에서 ‘치즈케익 예산’이 된 거니까.


근데 아무리 우리가 라포가 있어도
막 우걱우걱 케이크 먹기엔 좀 그래서,


“고마운데, 생략할게~” 라고 했더니,


“너 맛있는 거 사주려고 열심히 딴 건데...”

순간 ‘이 사람이 혹시... 좀 형편이 어려운가?’


극T 성향의 나는 수백 가지 계산에 돌입했다.


“아... 그럼 하나만!”
그래서 바스크 치즈케익 하나로 타협.


근데... 카페 분위기가 묘했다.
시크한 눈매, 단어 위주의 대화,
거기에 사투리 억양이 섞인 무뚝뚝함.


분위기가 살짝 딱딱해져서
나도 모르게 무표정이 되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갑자기 말하더라.

“너 19금 얘기 좋아하잖아~”


...응? 갑자기?

그래서 받아쳤다.

“어~ 님은 만족시킨다더니, 실제로 보니까 그래보이네?”

그 말에 갑자기 훅— 웃는 거다.


그리고 그때
그 사람의 웃음에, 나는 반했다.


치열이 너무 예쁜 사람.
선천적으로 고른 그 치열 때문에,
웃는 순간이 되게 예뻤다.


시크하던 얼굴이
확 풀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

“이 사람 뭐지…?”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우리는 한참 더 얘기했다.


그리고 나갈 때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저녁이었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분위기 괜찮은 거다?


그 사람이 말했다.

“차로 집 근처까지 데려다줄게.”


차에 탔는데...
향이 코튼향. 은은하고 좋았다.


블루투스로 틀어놓은 음악에서
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거 뭐지...? 분위기 뭐야?
설마.. 나 꼬시려는 거 아냐?

몽글몽글한 생각이 올라왔다.


그래서 나중에 웃으면서 물어봤다.

“이거...나 꼬시려고 셋팅한 거지?”


그랬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전혀. 평소 모습이야.”

로맨스 한 줄기로 싹뚝.
시크한 사람의 로맨스 끊는 능력, 최고였다.


이 이야기는 《신혼 생존기: 비긴즈》 시리즈 2화입니다.

다음 편: 3화. 그날, 새우 2개가 우리의 관계를 바꿨다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