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군대를 입대하고 맞는 겨울이었으니까.
하지만 추위와는 달리 기억 속의 1998년 12월 끝자락, 1999년을 며칠 남겨놓지 않았던 그 겨울은 뿌연 안개같은 기억의 파편 속에서도 뚜렷하게 남았다.
초등학교 시절 내 동생들은 부모님이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서 생일 파티를 하고 놀기도 했는데 내 생일은 방학이라 사실 이런 기회가 없었다. 항상 우리 가족끼리 생일 회식을 했었기 때문이다.
집과는 다른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의 생일은 참 기분이 묘했다.
초코파이를 쌓아놓고 위로 요플레를 부어 생일 케이크처럼 만들어서 생일이라고 축하해 주던 고참들과 치킨과 순대를 사주셨던 포대장님, 동기들의 모습에 대한 기억들은 그 해 시린 듯이 추울 만큼 청명한 겨울 하늘처럼 생생하다.
군대에서 보낸 조촐한 생일 파티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적은 없었다.
다 커서 해본 말도 안 되는 생일 파티를 생애 처음으로 해본 것이다. 그것도 군대에서 말이다.
군대에 갇혀 있다는 답답한 느낌과 동시에 생일날 맞은 이상한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들다.
치킨 닭다리를 입에 물고 속으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Harmen Fraanje의 이 곡을 듣다 보면 이상하게 그날의 청명했던 하늘을 생각나게 한다.
하필이면 왜 그때의 하늘인지....
이유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