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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an 29. 2016

Lintune

비가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을 텐데..

그 비에 나의 슬픔을 흘려보내고 싶지만 하늘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웃고 만 있다.


그리고 영장이 나왔다. 군대를 가야 한다.


그것보다 더 슬픈 건 따로 있었다.

하늘로 떠나보낸 동생 때문인지 그녀를 만나는 게 기쁘지 않다.

내가 아닌 어딘가를 보는 듯한 눈빛은 그래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슬픔이 느껴져서 더 안타깝다.


"나 영장 나왔다. 나라에서 나를 애타게 찾더라고!!"

"피!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다 군대를 가는 거잖아!"


나라에서 나를 찾을 만큼 중요한 넘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핀잔을 준다.

대화가 이어질 것 같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다시 내가 보지 못하는 그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이별을 예감하듯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에 놓인 테이블만큼 멀어져가는 듯해서 더 싫었다.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언젠가는 그녀를 놔줘야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속으로 했다. 나는 바보다. 지금의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모르는 사람처럼 그녀의 모습은 그 사건 이후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나의 이 마음을 비에 조금이라도 흘려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답답한 마음을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짊어지고 갔다.


Anders Persson Trio - Lintune (1996년 음반 At Large)



Anders Persson Trio의 'Lintune'은 마치 창밖에 비가 내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래서 가끔 답답할 때 이 곡을 듣고 창밖을 바라본다.

비라도 내리면 참 좋겠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 

비에 흘려내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씩은 음악에 답답함을 흘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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