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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01. 2016

내가 멋져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겠지...  

가을 축제는 여름 축제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래도 가을이라는 계절의 분위기가 축제 분위기에 반영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름 축제와는 다르게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새내기들은 어느 정도 대학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나는 복학 이후 학교 분위기에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축제는 사실 큰 기대감은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복학생인 나에게 묘하게 설레임이 존재한다. 그 설레임의 대상은 아마 그녀 때문 일 것이다.

번호는 받았지만 용기 있게 전화해 보진 못했다.

전화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는 핑계를 대긴 하지만 그건 단지 핑계일 뿐이다.


사실 가을 축제에 그녀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맙소사!


그녀가 우리 학교의 축제에 온 것이다.

물론 대부분 대학 축제라는 게 술판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지 못한 그녀가 왔다는 사실에 정말 오래간만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후배가 통기타를 가져왔다. 그래도 내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베이스랑 기타였던지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나보고 통기타를 치라는 것이다.


쌍팔년도 축제 분위기도 아니고....


라고 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뭔 생각이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는 노래란 노래는 죄다 연주하면서 같이 즐겁게 술 마시며 그날 밤을 그렇게 보낸 거 같았다.


Kenny Burrell - Gee Baby, Ain't I Good To You (1967년 음반 Midnight Blue)


이상하게 그날의 기억은 몽롱하게 남아있었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놀고 있을 때 나는 습관처럼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후배와 동기들한테 문자 딸랑 보내 놓고선.


그때 그녀가 뒤에서 쫒아와서 같이 가자고 한다.

 

"아니 좀 더 놀지 그래요?"

"집이 좀 멀어서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돼요."

"얼마나 멀길래? 아직 10시인데?"

"쫌~ 멀어요~"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계속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산본이라고 한다.


'산본이 어디야???'


산본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일단 같이 전철역으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역 안의 노선도를 보고 알았는데 산본이 우리 학교에서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당시에는 성북역 (지금은 광운대역)에서 산본까지 얼추 계산하니 이해가 갔다.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사당역까지 같이 가자고 넌지시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했다.

일단 창동역으로 가서 산본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후딱 지나가던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사당에서 헤어지면서 또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한테 그때 준 이 번호가 맞냐고 하니까 맞다고 한다.


"잘 도착했는지 문자 보낼게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웃는 그녀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겨우 겨우 막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문자를 보냈는데 오늘 기타 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고맙다는 답문이 왔다. 그날 나는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오~ 베이비, 내가 멋져 보이지 않나요!!!!

근데 정말 멋져 보였을까? 빈말일까? 진심일까?

에라 모르겠다!


문득 그 당시를 추억하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Gee Baby, Ain't I Good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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