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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Oct 12. 2016

나를 봐주세요!

제발이요!

군대 제대하고 거의 1년을 빈둥대다가 복학을 했다.


무던한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내 콧속을 간지럽히던 그런 어느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유스호스텔' 동아리 방에 얼굴을 드리 내밀었다.


"어! 선배 너무 오랜만이에요!"

"아 그래~ 반갑다!"


군대 가기 전에 새내기였던 여자 후배 Q는 어느덧 3학년이 되었고 동아리를 이끄는 장이었다.

IMF로 인해 많은 남자 동기나 후배들이 군대에 있어서 보통은 2학년이 동아리 장을 맡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암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는 올해 장을 맡았다고 한다.


근데 내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왜 이렇게 이뻐보이던지!

작은 키지만 지적이면서 귀여웠던 그녀는 서울대 노어논문학과였다.


"야! Q. 제 누구냐? 새내기인가? 첨 보는데?"

"제 친구예요. 서울대 노어논문학과에요"

"어? 그래? 근데 여긴 무슨 일로 왔는데?"

"이번에 우리 가을 여행 준비하고 있거든요. 같이 가자고 제가 꼬드겼어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었다.

타이밍이 딱이다.

복학하면서 사실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타이밍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녀와 친해질 수 있는 타이밍이 온 것이지.

 

새로 들어온 새내기들이랑 친해질 겸 나는 생각도 없었던 이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여행이 목적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이게 목적이었지...


John Hicks - Misty (1999년 음반 Nightwind: An Erroll Garner Songbook)


하지만 과욕과 목적만 생각하면 실수하는 법.

여행 당일날 나는 못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가져와야 할 물품에서 하나를 빼먹고 온 것도 모자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게 왔다.

정말 쪽팔린 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개그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한테 큰 웃음을 가득 선사하긴 했지...

멍청한 생각이긴 했지만 그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이상하게 좋았다.


시작은 그렇기 했지만 그래도 일정 내내 나는 내 할 일과 일정 관리에서는 잘 했던 거 같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핸드폰 번호도 교환했다!!


그 당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Misty'라는 곡이 생각났다. 맨 처음 가사가 'Look At Me'로 시작하거든.


지금 소개하는 피아니스트 John Hick의 이 곡은 다른 버전들과는 다르게 경쾌하게 '스윙'하는 곡이다.

그날의 기분은 이 곡처럼 경쾌하게 '스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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