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의미 없는 말들이 이상하게 귓가를 맴돌 때가 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는 곡이 계속 입속에서 맴돌 때가 있다.
최근 이 곡이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알랭 드롱의 그 저음의 목소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섹시하다고 느껴 본 적도 정말 오랜만이다.
내 머릿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계속 맴돌고 있다.
복학생에게 찾아온 이 설레임이 낯설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그녀의 번호를 넋을 잃고 쳐다본다.
아뿔싸! 손이 미끄러져 통화 버튼을 누른다.
잽싸게 통화 중지 버튼을 눌러보지만 저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럴 때 당황하지 말고!
무의미한 말을 한번 날려본다.
"오늘 날씨 무쟈게 좋네요."
살짝쿵 웃음소리와 함께,
"뭐예요~"
하는 귀여운 말투의 그녀가 화답을 해주니 기분이 좋다.
뭔 소리를 해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단은 내 기준으로 꽤 오랜 시간을 통화한 거 같다.
사실은 몇 분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냥 던졌던 공연 보러 가자는 말에 바로 대답하는 그녀 때문에 오히려 더 당황했다.
"무슨 공연인데요?"
"대학로에서 내가 아는 연극 관계자 형님이 한분 계시는데 '라이어'라는 연극이 상당히 재미있다고 티켓을 몇 장 주셨어요. 혹시 같이 갈 친구 있으면 2명 더 갈 수 있어요."
"와! 재밌겠다. 저 연극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형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그나저나 남자 친구가 없다고 들었는데 혹시 남자 친구 델꾸 오면 우짜지?
캬~~ 알랭 드롱의 저 목소리!
Jazzitaliano Live 시리즈는 처음 등장한 이후 계속 콜렉팅을 해 온 작품이다.
올해도 다양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는데 그중에 Stefano Bollani의 이 작품을 정말 많이 들었다.
잘 알려진 Dalida & Alain Delon 버전 외에 Fabrizio Bosso의 2001년 작품인 <Italian Songs>의 버전도 좋지만 Stefano Bollani의 왠지 모를 슬픈 감성이 느껴지는 이 곡이 너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