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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11. 2016

Je Voulais Te Dire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도에 군을 제대하고 접했던 세이클럽에서 재즈 관련 방송과 허접한 리뷰글들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리고 네이버의 '블로그'와 싸이월드에 '페이퍼'라는 곳이 생기면서 시작한 재즈 음반에 대한 리뷰들은 어느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쓴 것은 아니었다. 


물론 허세는 있었지. 

'나 이런 고상한 음악을 듣고 있어'라고....


하지만 어쩌면 하루를 마감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한 때는 방문자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었지만 어느 순간 참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들었던 음반들과 음악들에 대한 나의 유치한 감정들과 적절한 뮤지션들의 멋진 사진을 배치하면서 배설물처럼 토해내는 것에 쾌감을 느꼈다.

이때 온라인상으로 만난 많은 분들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네이버 블로그는 이상하게 정이 안 가기 시작했다. 서로 이웃을 맺는다는 관계가 상당히 거치레스러웠고 귀찮았다.


그리고 참 맘에 들었던 '페이퍼'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지...


딱히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말에 블로그를 통해 알던 지인이 MMJAZZ 필진으로 있었다가 시간이 안돼서 나에게 한번 리뷰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문자 한 통을 보낸 것을 인연으로 나는 2009년 첫 발행된 잡지에 처음으로 필진의 이름을 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가끔 잡지를 받아 내 글을 읽어 보면 유치할 때가 있다. 

한 때는 나도 재즈 뮤지션의 꿈을 꾸던 사람이라 모든 음악을 분석적으로 들었던 경험이 있다.

리얼 북을 보며 악보에 온갖 표식을 하며 분석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변박으로 진행되고 악기의 배치 순서가 이렇게 진행되면서 블라블라블라....


문득 참 피곤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분석을 위한 것인가? 

또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음악을 이렇게 들어야 하는가?


어떤 사건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고 그래도 수학이 최고의 학문이라고 생각한 내가 다시 공대생으로 돌아오고 보니 음악을 그저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다시금 깨닫게 되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당시 재즈를 듣는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는 Mark C. Gridley의 '재즈 총론'이나 여타 재즈 관련 문헌들과 영문 원서들, 특히 일본 작가들이 쓴 많은 재즈 에세이등 그냥 집어던졌던 기억이 난다.


Thomas Enhco - Je Voulais Te Dire (2015년 음반 Feathers)


MMJAZZ에 리뷰를 쓴 지 얼마 안 돼서 메일을 받았다. 아마도 잡지에 실린 내 메일을 보고 보낸 듯싶다

내용은 이러했다.


'MMJAZZ을 오랫동안 구독해 온 독자이다.

처음 보는 필진이 있어서 관심 있게 당신의 리뷰를 봤다. 

헌데 당신의 리뷰는 전문적이지 못한 거 같다. 

어쩔 때는 쓸데없는 말들이 리뷰 절반을 차지해서 가끔씩은 짜증이 난다.

그런데 그냥 당신의 리뷰가 맘에 든다. 

이유는 모르겠다. 앞으로 좋은 글 써달라.'


오늘 메일을 정리하다가 그때 받은 메일을 지우지 않고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메일을 왜 아직까지 지우지 않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뱉는 대로 쓰는 편이라 딱히 어떤 형식을 두고 쓰지 않아서 '명색히 재즈 전문 잡지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가 좀 있어서 부끄럽다. 관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프랑스 피아니스트인 Thomas Enhco의 'Je Voulais Te Dire'를 듣다 보니 문득 2008년 지금 같은 어느 가을의 늦저녁 바람이 불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 시기에 열중했던 별 볼이 없었던 그 끄적거림은 어쩌면 정신적인 방황을 하던 그 시기에 유일하게 나를 지탱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회상에 빠져든 잠시 찾아온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Je Voulais Te Dire'를 해석하자면 '내가 너에게 말하길 원한다'인데 이 곡은 마치 내가 나에게 말하길 원하는 것처럼 들렸다.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딱히....빼빼로 데이라서 그런건 아니야.


- 2016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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