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Nov 16. 2016

정말 그랬어!

사랑이 세상을 구한 것처럼 

느껴졌어!


나름대로 옷을 차려입는다. 

아무래도 그녀와 함께 연극을 보기로 했으니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친구들도 데려올 텐데 그냥 막 입고 가긴 뭐하고 한 시간을 이것저것 입어본다.


거참... 옷도 별로 없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어쨌든 차려 입고 전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그녀한테 전화가 온다. 


"지금 저 출발하고 있어요. 시간은 늦지 않을 거 같아요."

"친구들도 와요?"

"친구들은 아니구요. 연극 좋아한다는 후배들이 온다고 그러네요."


짧게 이야기하고 가는 "혜화역'으로 가는 시간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남자 친구는 없는 건가? 아니면 나랑 가니까 있는데 데리고 오기 뭐해서 후배들 데려오나?'


이런 생각부터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막 헤집고 다닌다. 


드디어 혜화역이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왔다.

커피숍에서 잠시 후배들을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나한테 물어보는 그녀가 너무 귀엽다.


"라이어는 연극은 무슨 내용이에요?"
"나도 몰라요. 그냥 형님이 티켓을 몇 장 줬어요. 엄청 재밌다고 하네요."


조금 있다가 후배들이 왔다. 알고 봤더니 커플 후배들이었다.

짧은 인사와 커피를 마시며 학교 생활 이야기나 과 이야기를 했다. 노어논문학과가 정확히 어떤 과인지 그때서야 알았다.


사회자가 나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연극이 시작되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재미가 있었는지 나오면서 스미스가 어쩌고 저쩌고 메리가 어떻고 바바라가 너무 이쁘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대학로에서 간만에 술도 한잔하고 나니 기분이 엄청 좋았다. 야속할 정도로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그녀의 집이 멀어서 일찍 나와야 한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이긴 했지만 그 후배 커플들과 헤어지고 사당역으로 같이 갔다.


시간이 너무 짧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혜화에서 사당역까지는 꽤 먼 거리인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마치 몇 분밖에 지나지 않는듯한 기분이다.

헤어질 때 오늘 너무 재미있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또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가버린다.


'한정거장 정도 걷지 뭐...'


결국 집까지 가면서 드는 생각은 딱 한 가지였다.


과연 또 이런 기회가 생길까?
안 생기면 어떡하지?

Stan Getz - Alfie (1968년 음반 What The World Needs Now: Stan Getz Plays Bacharach And David)


Hal David와 Burt Bacharach콤비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What The World Nedds Now'는 Stan Getz 이외에도 McCoy Tyner나 그 외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연주되고 불려진 곡이다.


국내에서는 Diana Krall의 'The Look Of Love'같은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 아니다. 이유는 Stan Getz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아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블로잉이 너무 단조롭고 개성이 없다. 

그래도 작품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로맨틱하다. 그래서 맘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녀와의 만남이 항상 이 작품처럼 로맨틱했었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Je Voulais Te Di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