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uSicEssay

November

올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by 나의기쁨

느낀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들 발매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고 있는지 시간은 그렇게 무심하게 흐른다.



수능이 끝났다.


한 가지 목표 대학!


그것을 위해서 3년을 소비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능이 끝난 그날은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번 불렀다. 당시에는 시간이 아니라 코인이라 1절만 부르고 끝내던 지금과는 달리 전체를 다 불렀으니 만원 한 장이면 진짜 실컷 놀았다.


한 친구가 집에 가잖다.


"엄마가 집에 맥주랑 치킨 사놨다고 다 놀러 오래~~"


일탈 아닌 일탈이 허용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렇게 20년이 흐른 것이다.


99년 어느 11월에 해안 근무를 하는 부대가 대대적인 훈련으로 인해 일주일을 비우게 되어서 우리 부대에서 대신해주기로 했다.


조치원에 있던 우리 부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해안의 보초를 섰다.

나는 다이어리에 있는 달력에 볼펜으로 하루하루를 밑줄 그으면서 군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체크해왔다.

하지만 해안근무를 섰던 그때에 나는 그 짓거리를 관뒀다.

갑자기 하루하루를 밑줄 긋는 것이 마치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체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인생은 어쩌면 숫자로 이뤄져 있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일주일은 특별한 '그 무엇'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근무를 위해 근무지로 이동하고 시간이 되면 다시 막사로 들어와 쉬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세상에 나와 100일을 보내고 돌을 보내고 미운 4살을 지나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8살을 맞이했다.


그리곤 중학생이 되는 14살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는 17살이 됐다.

그렇게 학창 시절 어른이 되고 싶었던 20살이 되었고 군대 갈 나이인 21살이 되어 군대를 갔다.


마치 우리는 그 의미 있는 듯한 숫자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해 졸업해 취업을 하고 일을 하다 보니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30대의 길로 접어들었다.


30살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 숨이 막힌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어릴 적부터 알았지만 그 30살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그렇게 와 닿게 들렸던 적은 없었다.


세상을 마주하고 부딪치며 결혼도 하고 살아오고 보니 어느덧 불혹이라는 마흔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학창 시절 1등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서열로 나열한 대학교의 이름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숫자로 선택을 해야 했었다.


Mathias Eick - November (2015년 음반 Midwest)


언제쯤이면 이런 틀에 벗어난 나만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이면 꿈꿔왔던 삶을 살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시대를 짊어질 젊은 친구들에게는 그런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어렵고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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