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Message To...
가끔씩은 자네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접었던 이유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라고 핑계를 대보곤 하지.
하지만 사실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았어.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더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할까?
내 이야기에 지루해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선뜻 용기가 나질 않더군.
남들보다 많은 것을 경험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네.
어릴 적에는 그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어.
알잖아?
젊음은 그런 걸 고민하면 안 돼.
참 신기하게도 세상을 살면서 경험한 것들이 나를 '틀'안에 가둬두더군.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가 않아.
내가 경험한 것을 기준으로 온갖 핑계를 되면서 말이지.
그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지 난 잘 모르겠어.
그래서 나름대로 용기를 가지고 편지를 써보는 거야.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그런데...
이 편지가 자네에게 도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
자네가 혹시 이 편지를 받았다면 나에게 편지를 한 통 써줄 수 있겠나?
Message From...
자네의 편지를 잘 받았네.
걱정할 필요 없네. 늦지 않았으니까.
술 한잔 나누고 싶네.
지금까지 주어진 시간 동안 자네와 나는 만날 일이 전혀 없었지.
아마도 우리가 죽을 때까지는 만날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네.
그 끝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거야.
그때를 기약하세.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하겠네.
내가 손편지를 마지막으로 써 본 것은 군대 있을 때였다.
하지만 참 설레었던 한 통의 편지를 저 멀리 파리에서 받은 적이 있었다.
싸이월드 '페이퍼'에서 내가 한동안 글을 썼을 때 몇몇 사람들과 온라인상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때 한 분이 나에게 엽서를 보내줬기 대문이다.
그 엽서는 바로 내가 받은 마지막 손편지였다.
지금에 와서는 펜으로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행위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간편하게 문자와 이메일, 메신저를 통해서 우리는 너무나 간편하게 메시지를 날리기 때문이다.
뭐 이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만큼 변했으니까.
하지만 편지를 마지막으로 쓰던 그때에는 며칠 밤을 고민하면서 썼던 기억이 난다.
나는 최근 이런 행위를 나 자신에게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글씨가 못난 나의 글을 읽으면서 그 편지를 쓰기 위해 한동안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던 기억이 난다. 편지를 받으면 보낸 사람의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졌던 거 같다.
비록 나에게 썼던 편지이긴 하지만 나는 오랜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글을 썼었다.
그런 기분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건지.....
최근 꺼냈던 무한궤도의 글을 쓰면서 문득 신해철 2집에 수록된 '나에게 쓰는 편지'를 떠올렸었다.
그러다가 Russell Malone의 신보 <All About Melody>에 수록된 'Message To Jim Hall'과 짤막하게 Jim Hall의 음성이 담긴 'Message From Jim Hall'를 듣고 실제로 편지를 쓰고 받는 바보 같은 행위를 한 번 시도해 봤는데 나름대로 예전에 느꼈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오래간만에 느껴봤던 시간이 됐다.
하지만 뭔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는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