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uSicEssay

Lonely Town

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요즘이다.

by 나의기쁨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얼굴에서 느껴진다.

바람의 느낌이 분명 봄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오후에는 살짝 덥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이 순간이 얼마나 갈까?

아마도 곧 겨울이 오겠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미세먼지는 또 어떤가?

이것도 참 문제다. 집안 환기는 시켜야겠지만 미세먼지 무섭다고 창문을 꼭꼭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단 환기부터 하고 본다.


매일 매월 매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덧 나이 40이 되니 이런 것도 무뎌지는 듯하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벌써 겨울 상품이 진열된 것을 보고 가을을 만끽하기보다는 이제 겨울이 오는가 보다 하고 먼저 생각을 하게 된다.


점점 시간에 무뎌져 가는 걸까?



2000년 9월 이 맘때즘에 전역을 얼마 안 남기고 있었다.

남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병장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두려웠다.

전역하면 복학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로 나가야 하는 나의 앞날이 사실 새꺼멓게만 보였다.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직 나에겐 닥치지도 않은 단지 미래일 뿐인데...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쓸 돈을 마련하고 대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역하면 겨우 대학교 2학년 2학기로 복학하는 것인데 마치 어른이 벌써 다 된 것처럼 그렇게 병장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전역하고 나서 한 달도 안돼서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이 돌아와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기는 일이다.


앞으로의 미래? 걱정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만 걱정하기에는 세상에 할 일이 참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Gerry Mulligan - Lonely Town (1962년 음반 Jeru)


저 때를 생각하면 나는 Gerry Mulligan의 음반들이 생각난다.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주는 뮤지션이다.


1963년 작품인 <Night Lights>의 그 표지!

왠지 고독한 도시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Gerry Mulligan은 1948년 Miles Davis의 기념비적인 작품 <Birth Of The Cool>에 참여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이미 Lee Konitz와 함께 백인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완성한 뮤지션이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쿨 재즈의 명인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다.


이후 그는 Chet Baker와 함께 활동 중기로 넘어가면서 piano-less 콰르텟이나 퀸텟 형식의 작품들을 주로 해왔는데 그중에 1962년 작품인 <Jeru>는 피아니스트가 포함된 일반적인 형태의 콰르텟 구성으로 녹음된 작품으로 이 시기에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다.

뭐 본인이 피아노도 잘 쳐서 이시기의 작품들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바리톤 색서폰이니깐!


난 이 작품에서 마지막에 수록된 'Lonely Town'을 좋아한다.

참 많이 들었던 곡인데 지금 이 시간에 들으니 넘나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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