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ines
Bruno Calvo - Trumpet
Ben Van Gelder - Alto Saxophone
Giuseppe Romagnoli - Bass
Iago Fernández - Drums
1. Introduction (Erytheia)
2. Dolores
3. Contrast
4. Luna Bass Intro
5. Luna
6. Con Alma
7. Interlude #2 (Kotinoussa)
8. The Elephant's Revenge
9. Candle
우리가 흔히 형식미라고 얘기를 한다면 상당히 고상한 것을 떠올릴 때가 많다.
하지만 재즈라는 음악은 정의하기 힘든 형식과 텍스쳐를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같은 스탠다드 곡이라 할지라도 악기의 편성과 리듬, 운영에 따라 전혀 다른 곡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식미라고 하면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독특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재즈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형식미에 치중하다 보면 그것은 뮤지션에 의한 음악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비밥에서 쿨 재즈/모달 재즈 또는 하드밥으로 넘어가고 하드밥에서 모호한 의미의 포스트 밥의 등장은 이런 형식미에 대한 뮤지션들의 반발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말장난 같지만 마치 형식미에 대한 반발의 연속으로 등장하는 형식미?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뮤지션들, 특히 유럽과 뉴욕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영 라이온들의 작품들은 역설적으로 이런 형식미를 뮤지션 개인의 개성으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고 지금도 이러한 현상은 꾸준히 이어져 간다.
고전적인 형식미보다는 독특한 형식미, 가령 참여하는 악기의 배치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져가며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는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물론 이런 것도 시간이 지나면 통상적인 형식미로 고착화되긴 하지만 그래서 재즈가 다채로워지는 쪽으로 진화되고 있는 게 아닐까?
스페인 출신의 트럼페터 Bruno Calvo은 바로 이러한 형식미를 <Outlines>에서 매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콰르텟 편성보다는 트럼펫과 알토 색서폰, 이 두 혼을 전면에 배치한다. 그렇다고 베이스와 드럼은 단순히 반주의 입장에만 놓아두고 있지 않다.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피아노가 없는 편성은 공간이 비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혼 세션 또는 각 리듬 파트가 충돌하는 즉흥적인 순간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runo Calvo는 이 공간을 굳이 채우지 않는다.
오히려 악기들의 개성적인 특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멜로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보다는 추상적인 음의 집합들을 통합하고 있다.
그래서 드러나는 공간들 사이로 각 악기들이 상당히 명징하게 들린다.
Dizzy Gillespie의 'Con Alma'만 얘기해도 이 작품의 특정 테마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한다. 그나마 테마도 '아 Con Alma라는 곡이구나'라고 알 수만 있게 짧게 가져가는 대신 각 뮤지션들의 즉흥적인 행위로 채워져 간다.
따라서 이 작품은 모던 크리에이티브의 형식을 띄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