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의 추억
고등학생이 되고 첫 중간고사가 금요일에 끝났다.
담임은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면서 바로 숙제를 하나 주셨다.
거참 시험이 이제 끝났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숙제라니...
"시험 치느라 다들 수고했다. 담주까지 해야 할 숙제를 주겠다."
그러면서 하얀 캔버스 종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자 어느 장소이든 상관없으니 하늘의 어떤 별자리가 보이는지 그 캔버스에 그려오도록!"
과학 선생이었던 우리 담임은 무슨 생각인지 별자리를 그려오라고 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제 5월이 시작되던 그날 밤 친했던 친구들이 약속을 했다.
"우리 오늘 저녁 먹고 학교 운동장에 모이자. 하늘을 봐야 하니깐 돗자리도 가져와. 우리 누워서 하늘 보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한동안 못 잤던 잠을 잤다.
어머니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일어나 저녁을 먹고 부랴부랴 돗자리를 챙기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 운동장에 갔다. 이미 와있던 친구들은 농구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점 점 어두워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던 우리는 8시가 넘어서야 하늘이 어두워진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교 바로 근처에 살던 우리 반 반장 어머니가 수고했다면서 사주신 간식거리를 돗자리에 펼쳐두고 이런저런 이야기, 지금은 남녀공학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남자 고등학교였던지라 주된 관심거리인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보니 어느덧 9시가 넘어갔다.
다들 노느라 힘들었는지 돗자리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수다를 이어갔다.
별자리가 뭐가 있는지 알게 뭐야? 그냥 노는 거지...
하지만 그날 밤 하늘에서 나에게로 쏟아지던 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올해가 끝나가는 12월 끝자락에 뜬금없이 5월의 이야기가 떠올랐던 이유는 Claudio Filippini Trio의 신보 <Before The Wind>에 수록된 첫 곡 'Maia'때문이다.
무슨 의미인가 찾아보다가 'Maia'가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자매 중 첫째다. 이 일곱 자매는 모두 별자리를 가지고 있는데 보통 플레이아데스 성단으로 불린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봄의 여신을 의미하고 5월을 의미하는 May라는 단어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뭐 녹색 포탈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그렇고 그런 지식이지만 별자리와 5월이라는 그 단어에서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24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날 밤 하늘은 정말로 청명하고 별이 어찌나 밝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