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uSicEssay

인생이라는 연극의 대화

소소하고 잔잔하게...

by 나의기쁨

우리에게 대화라는 것은 때론 나를 드러낼 수도 있고 나를 감출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참 웃기게도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간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때론 자기 자신을 감출 수 있는 수단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화를 통해 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한동안은 나 자신과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솔직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정말 편한 행위이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찾아낸 결과는 항상 답이 없다는 것이다.

영원히 돌고 도는 뫼비우스 띠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대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예술적인 부분에서 볼 때는 독백은 멋진 수단이 된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의 일상 안에서 독백이라는 방식은 그저 혼자만의 세상 안에 갇혀있다고 생각이 든다.


독백이든 누군가와의 대화이든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대학 시절 어떤 계기를 통해서였다.


언제였던가?

아마도 대학에 막 들어가 어영부영 1학기를 마치고 2학기를 맞이 한 어느 가을로 기억한다.


겉으로 도는 듯한 나의 행동을 눈여겨봤던 선배는 어느 날 나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불렀다.


"너는 어찌 된 게 1학기 때랑 달라진 게 없는 거 같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 나는 선배님에게 물었다.


"선배님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참을 나를 쳐다보던 선배가 말하길,


"음... 글쎄.. 너는 누구랑 유쾌하게 대화를 한걸 본 적이 없어. 누군가가 너에게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이상 너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거 같아. 다른 니 동기들은 안 그렇거든. 어떤 일이 있으면 적극적이기도 한데 너는 그렇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야. 내가 잘못 본건가?"


커피 한잔에 담배 한 모금을 크게 내쉬곤 그 선배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물론 아웃사이더, 독고다이? 멋져 보이긴 하지. 하지만 대학 생활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니 동기, 또는 선배들과 대화를 통해서 나를 드러내는 게 중요해. 니가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대화야. 그래야 너에게 다른 즐거운 기회들이 생기지. 그렇지 않으면 결코 너는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기껏 그 말 한마디에 마치 무언가로 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순간 눈 앞이 번쩍이는 경험을 한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Frank Woeste - Dialogue Libretto #13: Eva (2018년 음반 Libretto Dialogues, Vol. 1)


대화는 순수한 의미로 나를 드러낼 때 상대방도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나를 감추려 한다면 상대방도 알게 된다. 그래서 서로 숨기는 경험을 또 하게 된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음악적인 대화, 특히 듀오 내에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연주를 한다면 상대방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상대방이 드러내지 않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연주를 드러내도록 독려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Charlie Haden처럼...


한 때 Frank Woeste는 나윤선과 활동한 피아니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몇몇 리더작이 국내에 소개되긴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의 연주가 연주력과는 별개로 평이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최근에 발표한 <Libretto Dialogues>도 사실 그런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듀오에서 보여주는 그의 음악적 대화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수많은 뮤지션들, Baptiste Trotignon, Scott Colley, Larry Grenadier, Mark Turner 등 멋진 뮤지션들과의 대화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특히 하모니카 주자 Olivier Ker Ourio와 펼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Dialogue Libretto #13: Eva'는 문득 그때 선배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줬던 그 선배는 뭐하고 계실까?

뭐 공부도 잘하시고 멋진 선배였으니 잘 사시고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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