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있잖아? 달로 날아간다는 노래말이야!

뭔 소리야??

by 나의기쁨

새내기 시절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한 때였다.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방에서 잠시 쉬려고 걸어가고 있는데 친구 J가 헐레벌덕 뛰어 오더니 내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야! 너 재즈 좋아한다고 했지?"

"응?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러고는 학교 근처 카페로 날 끌고 가더니 커피를 사주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한다.


"내가 내일 소개팅을 가걸랑? 근데 뭔가 어필할 게 없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결국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그 녀석의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


"Ella Fitzgerald의 Misty라는 곡이 있어"

"그래? 잠만 잠만!"


그러더니 수첩을 꺼내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내가 아는 이곡 저곡을 아는 대로 나불댈 때마다 그걸 일일이 적는 그 녀석의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결국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야! 그러지 말고 너 며칠 전에 알바로 받은 용돈 좀 있잖아? 이따가 을지로의 파워스테이션에 가서 음반 몇 장만 사다가 오늘 밤에 듣고 소개팅 가라!"


지금도 을지로의 파워스테이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학교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였다.


강남의 타워레코드를 가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수업이 끝나고 나서 그 친구랑 을지로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끊임없이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 녀석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친구가 소개팅을 가서 좀 있어 보이고 싶다는데?


또 거기 가서 맘에 드는 음반이 있으면 하나 집어오겠다는 심상으로 그 녀석의 말을 다 받아주면서 가고 있었다.


드디어 파워스테이션에 도착하고 나서 음반을 구경하고 Ella Fitzgerald의 1960년 음반 <Let No Man Write My Epitaph>을 집어 들었다.


근데 갑자기 이 녀석이 다급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야! 근데 그 뭐시기 달로 날아간다는 노래 그 있잖아? 아... 그... 팝송인가?



Frank Sinatra/Count Basie And His Orchestra - Fly Me To The Moon (In Other Words)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야? 하고 갸우뚱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곡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Fly Me To The Moon'이다.


아니! 이 노래를 어디서 주워들은 건가?


일단 한 소절을 쪽팔림을 무릅쓰고 불렀더니,


"맞아!!! 야 그 노래! 그건 누가 부른 게 젤 유명하냐?"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그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있어 보이는 곡은 Nat King Cole이었다.


Nat King Cole과 George Shearing이 함께 했던 1962년 음반 <Nat King Cole Sings/George Shearing Plays>이 정말 유명했던 음반으로 여기 수록된 이 버전이 잘 알려진 버전일 것이다.


이 두장을 손에 쥐고 휘파람을 불던 그 녀석은 내일 소개팅을 엄청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다.


다음 날 그 녀석이 학교에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못 봤지만 '소개팅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워있는데 삐삐가 왔다.


아.. 칭구야. 나 망했다. 알고 보니 소개팅온 여자애가 재즈 마니아였네?


맙소사.....



며칠 후 그 친구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예상된 결말과는 다르게 그 친구는 소개팅한 여자애와 사귀게 되었다.


그 친구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일리 있는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자신의 취향을 알고 재즈 음악을 얘기하는 거 보고 놀랬다고 하더라고. 아차 싶었지 뭐야? 뭐 결국 밑천이 바닥이니 들통이라 읽고 뽀록이나 말한다나긴 했지만 내 정성에 감탄했다고 하더라고"


아... 이게 참 잘된 건 좋은데 나를 더욱더 귀찮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자꾸만 재즈 음악 뭐 좋은 거 없냐고 귀찮게 하네?????


아니? 나도 허세로 재즈 듣는 건데 나도 알아야 얼마나 알겠어??
그냥 귀동냥하는 거지!!!!

그런 건 니 여자친구한테 물어보라구!!!



Nat King Cole Sings/George Shearing Plays - Fly Me To The Moon (In Other Words)



Frank Sinatra와 Nat King Cole이 두 버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긴 한다.


보컬 톤도 그렇고 누가 더 좋은지 비교하는 건 낭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둘 다 매력이 그냥 넘쳐흐른다.


원래 이곡은 54년도에 Bart Howard라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사실 원제는 'Fly Me To The Moon'이 아니고 'In Other Words'이다.

처음에는 이 곡을 녹음할 당시 제목을 가사 첫 줄에 나오는 'Fly Me To The Moon'으로 바꾸자고 했다고 한다.


당연히 Bart Howard는 거절을 했는데 이게 또 역사와 맞물리며 회자되기 시작한다.


첫 취입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바로 소련과 미국이 우주 경쟁을 하게 되면서 소위 대박을 치게 된다.


이때 Frank Sinatra가 Count Basie And His Orchestra와 함께 이 곡을 부르면서 재즈 스탠다드 반열에 오르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아폴로를 달로 보내던 시기에 이 곡을 그렇게 틀어댔다고 하니.


결국 Quincy Jones가 편곡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 Frank Sinatra와 Count Basie And His Orchestra가 함께 한 1964년 음반 <It Might As Well Be Swing>의 플래티넘 사본 디스크를 당시 첫 달을 탐험했던 아폴로 11의 수장 Neil Armstrong에게 헌정한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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